김문수 패인은 ‘한동훈’…韓 ‘제2의 유승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8-27 11:55:32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무난한 당선이 예상됐던 김문수 후보가 패배한 원인은 무엇일까?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와 친한(한동훈)계를 포함한 찬탄(탄핵 찬성)파 모두 ‘한동훈’을 패인으로 꼽았다.
반탄파 김재원 최고위원은 27일 김문수 후보의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한동훈 전 대표를 공천하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그것이 심한 반발을 불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10번 이상 (김 후보께) 말씀드린 것은 ‘한 전 대표를 직접 거명하면서 어떤 말씀을 하는 것은 당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니 그 점은 좀 자제해달라’고 말씀을 계속 드렸는데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친한계인 찬탄파 이재영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저녁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서 전당대회 때 한 전 대표가 애매하게 개입하는 바람에 장동혁 대표 기세를 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양자 구도(결선 투표)가 되면서 김문수 후보가 무난하게 되지 않겠냐 싶었고 많은 분도 그렇게 예측했다. 그런데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3일 SNS에 글을 올리면서 기류가 약간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SNS를 통해 "민주주의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제도'이다"며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 달라"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악’은 장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며 한 전 대표가 사실상 김 후보를 지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영 전 의원은 "이에 어떤 분은 '그럼 나보고 차악을 뽑으라는 말이냐, 이왕 도와줄 거면 통합하고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그런 후보를 뽑아달라고 해도 다 알아들을 텐데 꼭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야 했나'라면서 '최고위원들이 다 뽑혔으니 나 투표 안 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한 전 대표 언급에 실망한 상당수 친한계, 중도 지지자들이 투표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동훈 대표의 개입이 오히려 김문수 후보를 낙선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친한계 이재명 전 의원마저 "한 전 대표가 정치적 데미지를 입었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로 찬탄파 수장 격인 한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매우 좁아졌다.
선출된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5명 중 찬탄파로 분류되는 인사는 양향자 최고위원과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정도다. 수석최고위원인 신동욱 의원을 비롯해 반탄파가 장악한 지도부가 당의 현안을 논의할 때 찬탄파, 특히 한동훈계의 주장이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 대표가 지목하는 지명직 최고위원(1명)에 대해서도 장동혁 대표는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찬탄파 기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상태다.
물론 '장동혁 체제' 출범시 유력하게 거론됐던 '분당' 시나리오의 경우, 아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지만, 그것도 한동훈의 손에 달린 게 아니라 장동혁 대표의 손에 달렸다.
만일 한동훈 전 대표가 성급하게 당을 뛰쳐나간다면 ‘한동훈은 제2의 유승민’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고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박근혜 탄핵 당시 탄핵 선봉에 섰고, 당을 뛰쳐나가 김문성 등과 함께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그 당의 대선주자까지 되었으나 결국 그들로부터도 버림받아 원내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어버린 미니 정당의 대선주자로 출마해 초라한 성적을 얻은 뒤 지금까지 원내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배신자’라는 낙인이 그의 정치재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탈당하는 순간 ‘제2의 유승민’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에 남아있자니 눈치 보이고, 찬밥 신세가 될 것은 뻔한데, 그렇다고 당을 박차고 나가지니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때 유망했던 정치 기대주의 모습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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