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헛발질에 李 정권 ‘아슬아슬’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9-28 11:57:02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 대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는 이른바 '불법 대북송금 사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고 대북송금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 2심 법원은 모두 쌍방울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용 164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230만 달러를 대납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징역 9년 6개월, 2심은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했고, 양 측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 벌금 2억 5천만 원 등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불법 대북송금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 역시 같은 사건으로 지난해 기소됐으나 대통령 취임으로 재판이 중단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진실은 이대로 묻히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헛발질로 진실이 규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와 민주파출소가 지난 26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대북송금 사건으로 북한 김정은에 단단히 약점잡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대가’로 북한에 돈이 건너간 것은 민주당조차 부인 못하는 팩트”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자 민주당 국민소통위(위원장 김현·전용기 의원)는 26일 서면 배포한 주간브리핑 자료를 통해 “한 전 대표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대가’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잘못된 수사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진실은 곧 밝혀질 거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한 전 대표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저를 고발해서 스스로 만들어준 이번 기회에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준 돈이 ‘이재명 방북 대가’가 맞다는 걸 제대로 증명해보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대가’인지 아닌지 수사를 해야하고 법원은 이를 판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북송금 목적이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인지 아닌지는 확실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도 그 수사 결과에 따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만일 한동훈 전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면 한 전 대표가 처벌을 받을 것이고, 반대로 김현 의원과 양문석 의원이 무고죄로 처벌을 받는다면 ‘방북 대가’라는 한 전 대표의 말에 힘이 실리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적 신뢰를 상실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김현 의원과 양문석 의원을 향해 헛발질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 전 부지사가 대법원 선고에 대해 '검찰의 조작된 증거를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며 반발한 것 역시 이 대통령에게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불법대북송금 사건을 직접 담당했던 박상용 검사가 직접 방송에 출연해 밝힌 내용을 보면, 이재명 공범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받은 이화영의 ‘연어회 술파티’ 프레임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시 변호인이 동석한 상황에서 연어회와 소주를 제공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고 술자리 회유라는 주장이 제기된 날짜조차 들쭉날쭉 바뀌며 일관성조차 없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유죄 확정판결까지 내려진 마당에 재판 결과를 뒤집어보려고 ‘정치공작’을 운운하며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이재명 대통령의 목줄은 조여들 수밖에 없다.
이것 역시 이재명 정권의 생명을 단축하는 헛발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헛발질들이 어쩌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재개의 명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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