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장경태, 도긴개긴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2-28 11:59:45
더불어민주당에 두 개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는 김병기 원내대표와 성추행 의혹을 덮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장경태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시한폭탄을 제거하지 않으면 두 사람이 민주당을 공중분해 시킬지도 모른다.
그런데 두 사건을 대하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태도는 뭔가 석연치 않다.
정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병기 원내대표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이 사태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라며 "당 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라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며칠 후 원내대표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때까지 지켜보겠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김 원내대표에게 '결단'을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같은 기자회견에서 회견에서 장경태 의원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물론 질문한 기자의 소속 매체를 문제 삼는 형식이었지만 정 대표는 장 의원에 대해선 그동안 말을 아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장경태 성추행 의혹이 터지자 정 대표는 당 윤리위에 감찰을 지시했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사건 뭉개기’가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 장 의원 사건이 그렇게 처리해도 될 만큼 가벼운 사안인가.
아니다.
김병기 원내대표나 장경태 의원이나 도긴개긴이다.
김 원내대표는 전직 보좌진들의 새 직장에 외압을 넣어 해고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정치인을 떠나 사회인으로서 비정상이다.
장 의원 역시 성추행 의혹을 덮기 위해 피해자를 ‘연기자’로 모욕하더니 급기야 현장을 목격한 증인을 ‘범죄자’로 둔갑시키고 ‘밥줄까지 끊으려 한’ 사회적 살인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정 대표의 비호 아래 장 의원은 ‘준강제추행 혐의’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 등 핵심 당직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고 당직을 방패 삼아 ‘방탄’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왜 두 사람을 대하는 정 대표의 태도는 이처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계파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친명계이고 장 의원은 친청계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김 원내대표와 장 의원의 거취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청 성향 지지층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원내대표를 바로 정리하라”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온 반면 친명 성향 당원들은 “장경태 의원과 잣대를 달리하고 있다”라는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 원내대표와 장 의원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믿고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 원내대표가 오는 30일경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하지만, 원내대표나 국회의원직을 내려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장 의원이 버티는데 나라고 못 버티겠느냐는 계산이 깔린 듯하다.
아마 장 의원 역시 서울시당위원장 직이나 국회의원직을 던질 생각은 안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민주당 내 ‘명청대전’이니 뭐니 하는 계파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두 사람 모두 당직은 물론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고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은 후 지은 죄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죄의 경중을 따질 사안도 아니다. 국민이 보기에 두 사람 모두 자격이 없다. 도긴개긴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일 뿐이다. 국민의 요구 사항은 두 사람의 금배지를 당장 떼라는 것이다.
하루빨리 두 개의 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집권당을 공중분해 시키는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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