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vs 이재명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4-11-21 11:59:26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정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뜻에 따라 민주당에선 지난 14일, 그러니까 1심 선고가 나오기 하루 전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삭제'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 아닌가.


이대로 법이 개정되면 이 대표는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허위사실공표죄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이 같은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그토록 꿈꾸던 차기 대통령 선거출마도 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대선 선거보전비용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 법을 개정해 ‘유죄’를 ‘무죄’로 만들고 이런 처벌을 피하겠다니 과연 제정신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법을 공포 후 3개월 이후에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법률안이 개정되더라도 시행 시기는 1년 이후로 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왜 급하게 3개월 이후에 시행하도록 했을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말한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을 지키더라도 3개월 안에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뻔뻔해도 너무나 뻔뻔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재명을 구하기 위해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대로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선거 때마다 온갖 거짓이 횡행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선거는 혼탁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른바 ‘오세훈 선거법’으로 인해 이제 겨우 ‘고무신 선거’와 ‘막걸리 선거’라는 오명에서 벗어났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대표에게 "이제라도 정치를 그만두고 참회하길 바란다"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은 그런 연유다.


오 시장은 "이 대표가 현행 공직선거법에 지나친 제약이 많아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얘기했다"라며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지 불과 6일 만에 내놓은 메시지가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고 했다.


이어 "방탄이 어려워지니 급기야 선거법을 고쳐 자신에게 내려진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하겠단 시도로 보인다"라면서 "상상을 초월한다. 법치 파괴를 넘어 법치 재창조 수준의 뇌 구조가 아닐 수 없다"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게 깨끗한 선거법을 만든 오세훈 시장과 선거 과정에서 온갖 거짓말로 선거를 혼탁하게 만든 이재명 대표의 근본적인 차이다.


두 사람은 정책 면에서도 차이가 명확하다.


이재명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수혜 대상의 경제·복지 상태와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동등하게 보편적으로 일정한 돈을 뿌리는 구조다.


반면 오세훈 시장은 취약계층 지원 중심의 새로운 소득보장 정책으로 이른바 ‘디딤돌소득’을 내세우고 있다.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근로 의욕을 고취하면서 소득도 높여 소득 재분배 효과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누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굳이 논할 가치도 없다.


오죽하면 오 시장이 "이 대표한테 왜 국민한테 돈을 줘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부자들한테 돈을 줘야 이 제도를 부자들이 찬성한다'고 한다"라면서 “단순 무식한 논리를 대는 사람이 제1야당의 대표”라고 질타했겠는가.


여당에 오세훈 시장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고, 야당에 이재명 대표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건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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