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이슈 빼앗긴 김문수, 오호통재라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5-18 12:03:53

  주필 고하승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한국갤럽 등의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격차가 무려 20% 안팎으로 크게 벌어진다.


반면 미리 녹음된 음성을 활용한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진행하는 ARS 조사에선 두 후보 간 격차가 10% 안팎으로 크게 좁혀진다.


이를 두고 ‘여론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여론조사 시스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기계 녹음으로 질문하는 ARS 조사 방식에 비해 응답자가 쉽게 전화를 거절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게 나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직접 물어보기 때문에 응답자가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ARS 조사는 버튼을 눌러 답변을 입력하므로 비밀이 보장되어 응답자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사에 아예 응하지 않거나, 응하더라도 조사 도중에 전화를 끊고 조사를 중단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극단적인 소수 응답층의 여론을 과잉 대표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단순히 수치를 보는 게 아니다. 추세를 보아야 하고, 그 추세를 가지고 민심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일단 전화면접 조사에서 낮은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ARS 조사에선 높게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샤이 보수’ 지지층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즉 언론 보도나 여론, 주변의 좋지 않은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다가, 투표에 참여해서 자신의 지지 대상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문수 후보 측은 지지층이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걸 먼저 파악하고 그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뒤늦게 탈당한 것은 그 스스로 이번 대선판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화면접 조사와 ARS 조사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질 것이고 그게 김문수 후보가 탄력을 받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둘째 ‘강성 보수’ 지지층이 많다는 의미다.


ARS 조사는 극단적인 소수 응답층의 여론을 과잉 대표하는 만큼 그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다만 투표율에 있어선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자만하는 이재명 후보 지지층보다 그를 따라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김문수 후보 지지층의 투표율이 더 높을 것이란 점에선 한 번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문제는 프레임이다.


그동안 ‘윤석열 대 이재명’ 선거구도로 진행되던 대선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김문수 대 이재명’ 선거구도로 재편되는 것은 김문수 후보에게 호재다.


청렴한 정치 인생의 길을 걸어온 김문수 후보와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이재명 후보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것은 이 후보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이런 구도를 바꾸기 위해 18일 폭탄과 같은 개헌 이슈를 던졌다.


그동안 개헌논의 자체를 반대했던 이 후보가 이날 느닷없이 “대통령의 책임은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라며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제안하고 나선 것.


그는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을 제안했을 때 강하게 반발했던 그가 다시 개헌을 주장하는 것이니만큼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백지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대선 기간 내내 개헌 이슈가 대선판을 휘감아 김문수 후보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이 개헌 이슈를 띄우자고 제안했을 때 그걸 즉각 수용하지 못한 캠프의 무능함 탓이다. 이길 수 있다는 막연한 정신승리가 개헌 이슈를 선제적으로 띄울 기회를 막아 버린 것이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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