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국판 푸틴’ 꿈꾸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9-17 12:08:47

  주필 고하승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99년 12월 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뒤 2000~2004년 제 3대 러시아 대통령, 2004~2008년 제 4대 러시아 대통령을 지냈다.


그러나 러시아는 당시 헌법상 대통령 3연임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푸틴은 지난 2008년 자신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자신은 총리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2년에 다시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는 2020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3연임을 허용할뿐만 아니라 대통령 임기도 4년에서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했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푸틴의 이전 당선 기록을 모두 삭제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푸틴은 2018년 다시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나 초선 대통령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24년 푸틴은 다시 대통령이 되었고, 앞으로도 2030년까지 2차례 더 대선에 출마하면 2036년까지 장기집권이 가능하다.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 놓은 셈이다.


혹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판 푸틴’을 꿈꾸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등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역점을 두고 추진할 국정과제를 확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재명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국정기획위원회의 이재명 정부 123개 국정과제를 의결하면서 국민주권 실현과 대통령 책임 강화를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 등과 함께 ‘4년 연임제’가 개헌안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민의 시선은 ‘4년 연임제’에 쏠려있다.


대체 그동안 정치권에서 논의됐던 ‘4년 중임제’가 아니고 갑자기 ‘4년 연임제’가 튀어 나온 이유가 무엇일까?


더구나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느닷없이 '4년 연임제'를 꺼내드니까 그 배경에는 장기 집권 의도가 숨겨져 있는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슬쩍 끼워 넣은 연임 두 글자에서 푸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라며 "중임은 단 한 번 재선의 기회만 허용하며 8년을 넘을 수 없지만, 연임은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혹세무민의 단어"라고도 했다.


실제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로 이 연임 규정으로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연 것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물론 민주당은 개헌하더라도 “현직 대통령은 적용이 안 된다”라며 ‘펄쩍’ 뛴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헌법 제128조 제2항에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재명정부가 상식적인 정권이라면 그 헌법을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권력의 서열’을 운운하는 등 비상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따라서 이 조항을 무력화하는 개헌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국정과제에 이 사안에 대한 명시가 생략됐다는 점 때문에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이는 역으로 상황이 되면 이재명 대통령도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헌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지금 이재명 정권은 단순히 행정부만 장악한 것이 아니라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입법부까지 장악한 상태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개헌 정족수인 200석을 확보해야 하는 데 윤석열 탄핵 사태 때처럼 국민의힘에서 몇석만 이탈하면 가능한 일이다.


지금 민주당이 ‘내란정당’ 운운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압박하는 건 그런 포석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를 막을 힘은 소수정당인 야당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 대한민국에 러시아 푸틴과 같은 폭군이 장기집권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국민은 이쟁명 정권 발(發)개헌 논의 과정과 그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