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어떤 결과든 당 내홍 불가피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3-09-21 12:14:53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중진과 비명계가 21일 사실 상 체포동의안 부결 처리를 호소한 이재명 대표를 향해 "국민 앞에 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뒤집어 버렸다"며 "역풍이 불 것"이라며 지난 2월 체포동의안이 회부되면 국회의원 면책 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히 법원 심사에 응하겠다던 호언장담을 번복한 이 대표의 처신을 질책했다.
특히 이들의 입장은 인증사진까지 올리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압박해 온 이른 바 '개딸들'이나 친명계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어서 이날 본회의 표결이 어떻게 나오든 민주당 내홍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부결을 요청한 이 대표의 전날) 메시지는 생각보다 역풍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발언) 이후 심리적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전 총장은 "('개딸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가결'을 선택하면) 정치 생명을 끊어놓겠다고 그러는데, 굳이 의원 총회에서 그런(가결시키겠다는) 발언을 하겠는가"라며 "그렇기에 말을 하지 못한 채 '잘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이들은) 아마 가결 (의사)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유 전 총장은 "저번에 (이 대표가) 대표연설을 할 때 원고에도 없던 즉석 발언으로 (불체포 특권을)포기하겠다고 했지 않느냐"며 "그 진정성을 다(들) 믿었다. 그래서 이번에 단식에 들어가면서도 체포동의안이 오면 가결을 호소할 것으로 봤다. 그게 상식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누가 저렇게 부결 호소문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의원들도)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며 "'아이고, (이 대표와) 더는 당을 같이 못 하겠다'는 심한 표현도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유 전 총장은 당내 일각에서 '가결하는 사람들을 색출해야 한다. 당원들이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본다'라는 식의 언급이 나오는 데 대해 "저런 (멍청한) 말에 겁먹고 오그라들 친구들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겠는가"라며 "저 따위 소리를 하니까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전체주의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이 끌려다니면 본인도 망하고, 당도 망하고, 세력과 진영 전체가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무런 사전 절차도, 사과도 없이 제1야당 대표가 약속을 그렇게 뒤집어버리니 이제 개딸 등 강성 지지자 말고 이재명 대표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나"라고 질책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입장을 바꾼 건) 체포동의안 자체가 두려웠던 것 아니겠는가"라며 "(특히 그런 속내를 공개한 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개딸 등 강성 팬덤들 뿐이다. 그러니 가결 표결이 예상되는 의원들을 색출해 (겁박해)달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현재 총 298명 중 이 대표 본인과 수감 중인 윤관석 의원, 해외순방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가결 정족수는 148명이다.
이중 국민의힘(110명)과 정의당(6명),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하영제·황보승희 무소속 의원 등 120명으로 가결 표결이 예상됨에 따라 민주당 이탈표가 28명 이상이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
앞서 전날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가부결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하면 안 된다"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게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처리를 요청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