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촌철살인’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1-09 12:15:00
"국민의힘은 자꾸 문재인 정부에서 통계 조작했다고 하는데, 이건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겁니다. 말조심해야 합니다. 왠지 아세요? 아직 재판 결과가 안 나왔어요. 근데 무슨 조작이란 말을 씁니까. 차라리 논란이 있다. 요 정도는 이해하겠지만, 조작이란 말은 명백하게 잘못된 단어란 걸 말씀드립니다.“
”민주당은 자꾸 계엄을 내란이라고 하는데, 이건 명백하게 사실과 다른 겁니다. 말조심해야 합니다. 왠지 아세요? 아직 재판 결과가 안 나왔어요. 근데 무슨 내란이란 말을 씁니까. 차라리 논란이 있다. 요 정도는 이해하겠지만. 내란이란 말은 명백하게 잘못된 단어란 걸 말씀드립니다.”
전자는 더불어민주당 강성필 부대변인의 말이고, 후자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강 부대변인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며 그의 발언에서 ‘국민의힘’을 ‘민주당’으로, ‘조작’을 ‘내란’으로 바꾸고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민주당의 ‘내란 몰이’는 과거 문재인 정권 당시 민생을 외면하고 주야장천 ‘적폐 청산’만을 외치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오히려 그 정도는 이재명 정권이 더 심각하다.
이런 상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 청산’만 외치다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준 6공화국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겼던 것처럼 이재명 정권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진영승 합참의장은 합참 소속 장군 전원을 물갈이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엔 군 전체의 3성 장군들 물갈이가 예고됐다. 현재 3성 장군 보직 33개 중 12개가 공석인데, 이를 포함한 대부분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된다는 거다.
앞서 국방부는 9월 4성 장군 7명을 모두 교체한 바 있다. 일각에서 전 군의 3성 장군들을 모두 교체할 경우 대비태세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방위병 출신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부처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이력을 조사해 책임을 묻는 조직을 발족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던 정권이 이미 장악한 행정부의 공무원들마저 추려 ‘내편 네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공직 사회 전체에 정치 보복의 공포를 심고 우리 사회의 불안과 분열을 조장하는, 국민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퇴행적인 발상”이라거나 "입법과 행정을 장악한 민주당이 내란몰이를 통해 군과 검찰, 법원 등 국가 근간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어디 그뿐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의 활동 기간 추가 연장을 승인했다. 당초 이달 14일 종료 예정이던 내란 특검 수사가 다음 달 14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런 식으로 3대 특검이 모두 연장되면 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줄줄 새어 나간다.
하지만 3대 특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 그러나 이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집권 세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검을 이용해 야당을 때려잡겠다는 사악한 의도에서 출범한 특검이 제대로 성과를 낼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특검을 연장하는 것은 성과를 내든 말든 지방선거 때까지 내란 몰이로 여론을 선동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선거전략에 불과하다.
단지 선거전략을 위하여 이처럼 군을 흔들어 대고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권이라면 적폐 청산만 부르짖다 무너진 문재인 정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결과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특검은 연장할 것이 아니라 즉각 해체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군과 공무원들을 편 가르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촌철살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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