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낙선자 ‘원외대표’ 찬성한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4-04-28 12:15:48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이들이 본격적인 세력화에 돌입했다고 한다. 당헌-당규상 존재했지만, 유명무실했던 ‘원외당협위원장 운영위원장 협의회’를 가동해 당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줄곧 수도권 출신 원외 인사를 중용하라고 요구했던 필자는 이 소식이 반갑기 그지없다. 원내 중심의 지도부가 배려하지 않는다면 원외가 세력화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키우면 되는 것이다.
당선자들이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를 선출하듯, ‘원외당협위원장 운영위원장 협의회’에서 선출한 회장은 사실상 ‘원외 대표’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원내보다 원외 위원장이 더 많다. 원내 대표보다 원외 대표의 목소리가 더 커도 된다.
이미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모임은 이번 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선임되면 면담을 신청할 계획이다. 원외 조직위원장 모임에는 이번 총선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164명 중 159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총선 직후인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낙선자 총회에서 결성된 태스크포스(TF)가 그 시작이다.
앞서 국민의힘 전국 당협위원장들은 총선을 앞두고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형식적으로 당헌당규상 ‘원외당협위원장 운영위원회’를 결성하려면 비대위원장이 빈 당협위원장 자리를 채워야 줘야 하는데, 그걸 서둘러 달라는 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당 조직을 재정비해 달라는 것이다. 낙선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또 원외조직위원장 50여 명은 다음 달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공식 참석한다. 이미 원외조직위원회는 국가보훈부 등 정부 기관과 참석일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원외조직위원회는 기념식 전날인 17일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워크숍을 연다. 주제는 ‘국민의힘 혁신 방안’이다.
3040 험지 출마자 모임 ‘첫목회(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모이는 모임)’도 이번주 첫 모임을 연다고 한다. 애초 9명으로 출범했던 현재 이 모임은 15명까지 늘어나 있다.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당선인을 제외한 전원이 원외 조직위원장 모임에도 속해 있다.
총선이 끝난 지 20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국민의힘에서 변한 것이라고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것뿐이다. 이래선 안 된다.
이른바 ‘찐윤’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등판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그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있는가. 없다.
이미 ‘이철규 대세론’이 굳어진 상황에서 선뜻 그와 맞서겠다는 원내 인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원내는 윤석열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철규 원내대표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당 대표는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영남권 중심의 정당을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옮겨 ‘영남 자민련’이 아닌 전국 정당화를 도모해야 한다. 그걸 손쉽게 금배지를 단 영남권 당선자들에게 맡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치열하게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수도권 원외 인사들이 앞장서야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원외 위원장들이 ‘원외 대표’를 선출하고, 그 여세를 몰아 원외 대표를 당 대표로 지원하는 것은 당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그러면 설사 당 대표 만들기에 실패하더라도 사무총장 자리만큼은 원내 인사가 아니라 수도권 지역 원외 인사가 맡을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수도권 인사들을 중용한다. 그게 수도권 압승의 비결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모든 인사가 영남에 편중되어 있다. 수도권 참패의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당 대표나 최소한 사무총장직만큼은 수도권 원외 인사의 몫으로 가져와야 한다. 단언컨대 이걸 못하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없다.
다만 당원 100% 경선 룰을 손대자는 쓸데없는 소리가 원외에서 나오는 건 유감이다. 특정 지역에 편중되었다면 당원 득표율을 지역에 따라 인구 분포에 맞게 조정하면 되는 일이다. 괜스레 당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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