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유취 한동훈, 성찰의 시간 필요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7-03 12:48:43

  주필 고하승



“한동훈 대표를 좋아하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시고, 그런 분들의 기대도 아직 한몸에 받고 있지만 아직은 당내 다수가 한동훈 대표에 대해서는 ‘당신 잘못한 게 있고 부족한 게 많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이는 국민의힘 친한계 박정훈 의원이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발언의 일부다.


따라서 한동훈 전 대표가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가능성이 “80%”라고도 했다.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평가는 더욱 박하다.


실제로 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기대를 걸만한 인물이 아니라며 평가절하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SNS(소셜미디어)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해 “조선제일검이 아니라 조선제일껌”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제일검'이란 표현은 한 전 대표의 뛰어난 수사 실력을 빗대 어 나온 별명이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검사로는 능력이 탁월할지 몰라도 정치인으로선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는 걸 필자도 느꼈다. 지난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으로서 선거사령탑이 되어 총선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닌데’라며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마이동풍이었다.


실제로 그는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한심한 선거구호인지, 특히 집권당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차단한 멍청한 구호인지 알았을 것이다.


‘정권 심판론’이라는 강력한 태풍에 맞서 고작 ‘이조 심판론’이라는 부채질로 맞바람을 일으키려 했다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 태풍에는 집권당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정책으로 돌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서울시의 정책이라도 끌어다 활용하라고 주문했겠는가. 하지만 끝내 그는 듣지 않았고 ‘이조심판론’이라는 부채질 만 하다고 총선을 말아 먹었다.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의대 정원 2000명이란 숫자를 밀어붙이면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그저 위력행사만 한 것이나.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국외로 내보낸 사건 등은 치명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당의 사령탑인 한동훈의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윤석열 책임과는 별도로 한동훈 역시 총선 참패의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홍준표 전 시장뿐만 아니라 권영세 의원도 전날 오전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 "(한 전 대표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새벽 쿠데타’라고 표현한 것은 아주 잘못했다"라면서 "우리 당이 기대를 걸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공감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말이 너무 빠르다’라는 게 흠이다.


신속한 판단도 필요하지만, 정치는 진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후 “내란”이라고 단정하는 우를 범했다.


비록 계엄령 선포가 멍청하고 황당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걸 ‘내란’이라고 규정한 것은 성급했다. 계엄령선포권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무엇을 근거로 내란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지난 대선 당시 있었던 후보 단일화 문제를 ‘새벽 쿠데타’로 규정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후보 재선출'을 묻는 의총 표결 때 재석 의원 64명 중 60명이 찬성했고, 전체 75만 당원 중 80%가 넘는 당원들이 '반드시 단일화해야 한다. 5월 11일 이전에 절차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당시 권영세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 이런 의견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오히려 이를 따르지 않고 무시하면 그것은 비대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직무유기’가 되는 것이다.


정치는 그렇게 복잡미묘한 것이다. 적어도 당의 지도자라면 일반 당원들처럼 감정적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의 지적처럼 한동훈 전 대표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직은 구상유취(口尙乳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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