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폭언 듣고 심근경색 사망
증권사 직원 업무상 재해 인정
문민호 기자
mmh@siminilbo.co.kr | 2025-02-16 12:54:17
[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 상장 직후 급락한 주식을 제때 거래하지 못한 증권사 직원이 상사로부터 폭언을 듣고 쓰러져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사망 당시 59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증권사에서 주식 매매와 고객 응대를 담당하던 직원으로, 2021년 5월 출근해 업무를 하던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사망했다.
그날은 주식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 B사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일로, B사 주가는 개장 직후 30% 가까이 급락했다.
A씨는 급히 주식을 매매하려 했지만, 주문용 단말기가 고장 나 제때 거래를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상사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었고, A씨는 "지금 주문 단말기가 뻑이 나고 다 난리다"는 답장을 보낸 후 몇 분 뒤 쓰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이 업무와 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유족은 이를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로와 급격한 스트레스가 고인의 지병인 변이형 협심증을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급성심근경색에 이르렀다"며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망 전 A씨의 평균 근로 시간 자체는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미치지 않았으나, 그 무렵 공모주 청약이 여러 건 진행되며 주식 주문 건수가 10∼20배가량 늘었고 A씨의 업무량도 급증했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특히 "단말기 고장과 상사의 폭언 등은 고인에게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 당혹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고 예상치 못한 급격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 가중사유 또는 발병 직전 업무와 관련한 돌발상황의 발생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