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수장’ 공백 장기화 안 된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0-05 13:01:59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두고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부결' 기류가 굳어지면서 '사법 수장' 공백이 장기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168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통과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민주당 대다수 의원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서 부적격한 인물이라며 부결 당론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표결에 임할지, 아니면 자유투표를 할지 6일에 결정한다. 임명동의안 '가결'은 선택지에서 빠져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원합의체 심리를 비롯해 상고심 심리 지연, 대법관 임명 제청을 비롯한 법관인사까지 줄줄이 문제가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종전 판례 등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심리한다. 대법원장 포함 총 13명의 대법관이 관여하는데 대법원장 공석 사태에서 자칫 찬반 의견이 6대 6으로 엇갈리기라도 하면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법원조직법에서 전원합의체 재판장 자격을 대법원장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권한 대행은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길어진다면 내년도 신임법관 임명은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 장기화로 상고심 심리 지연은 물론, 대법관 임명 제청, 사법행정 업무까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 공백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대법원장 임명이 늦어질수록 국민이 법의 구제를 받을 길은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법 이외에 아무 기댈 데가 없어 법원을 마지막 보루로 삼는 사회적 약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 아니겠는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우려를 상세히 설명한 자료를 배포하며 이 후보자 임명 동의를 위한 설득작업에 나선 것은 이런 연유다.
실제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59쪽 분량의 설명자료를 마련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읍소'에 나섰다. 이 자료에는 △총론 △후보자의 사법부 독립 수호 의지 및 사법정책 △후보자의 사회적 약자 보호 등 판결 △후보자의 성범죄 등 강력범죄 엄단 판결 △후보자의 개인 신상 등 관련 입장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우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현황 등이 담겼다.
하지만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막무가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물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정기재산신고에서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처가 회사의 비상장주식 신고를 빠뜨린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자신의 불찰에 대해 잘못을 인정했고, "해당 주식은 재산의 증식 목적으로 보유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공직자의 염결성(廉潔性)에 대한 작은 의혹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비상장주식을 처분하겠다고 했다.
과연 이것을 치명적 결격사유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등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것을 치명적 결격사유로 보지 않았기에 국회 인준을 통과하지 않았는가.
물론 민주당은 이외에도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거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거나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졌다는 등의 다양한 이유를 결격사유로 꼽지만 그건 그냥 반대를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는 걸 민주당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균용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아니면 조만간 기소될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대법원장 후보를 길들이고 나아가 법원을 길들이기 하려는 것일까?
그게 이균용 후보자 부결의 진짜 속내라면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현재 사법부는 35년 만의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여러 주요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훗날 민주당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당장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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