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한길이 아닌 장동혁의 시간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9-01 13:04:39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유튜버 전한길 씨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자신에게 인사·공천 청탁이 이어진다고 발언하는 등 자기과시가 도를 넘었다.
실제로 전씨는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장동혁 대표에게 영향을 미치니까 전한길이 파워 세졌다고 생각하고 놀랍게도 벌써 내년 인사·공천 청탁이 막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참 가관이다.
자신을 장동혁 대표에게 영향을 미치는 실세로 포장하려는 모습을 보면 ‘어디가 아픈가?’하고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우선 그가 장동혁 대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이미 장 대표는 그와 선을 긋고 나선 마당이다. 그에게 당직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뜻도 분명하게 밝힌 상태다.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도 전 씨에 대해선 거리를 두었다.
신 최고위원은 1일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에서 "전 씨가 상당히 쇼맨십이 있어 당원 중에서 그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라면서도 "전한길 씨는 그냥 일반 당원일 뿐으로 그분 목소리 하나하나를 지나치게 평가하고 분석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당에 끼칠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갈수록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 인사·공천 청탁이 이어진다는 건 사실일까?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정치해선 안 된다.
공식 직책도 권한도 책임도 없는 인물이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그건 공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일개 유튜버에 의해 공천이 좌우될 만큼 허술한 정당은 아니다.
정말 전씨가 그런 청탁을 받았다면 그런 청탁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공개하라.
그리고 이제는 당 윤리위원회가 나서야 한다.
전 씨의 이 같은 자기과시가 당을 희화화하고 보수의 품격을 무너뜨리는데도 그대로 놔두면 장동혁 대표가 상처를 입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여당에선 벌써 "공천 청탁 들어온다는 전한길, 진짜 비선 실세냐"라고 묻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전씨의 선동으로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아수라장이 됐을 때도 당은 솜방망이 대응에 그쳤다. 누구 하나 제동을 걸지 못하는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장동혁 대표가 주목받는 대신 전한길 씨가 주목받는 기막힌 상황이 이어질 것이 뻔하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장동혁의 시간이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예방이, 장동혁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사이 양자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그런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제1야당 대표로서 존재감 키우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장 대표의 존재감이 커져야만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도 기대할 수 있다.
입법 권력을 장악해 국회에서 독선을 일삼는 세력이 조기 대선을 통해 행정 권력까지 장악했다. 이런 상태에서 내년 6월에 지방 권력까지 민주당에 넘어간다면 그 횡포가 어떠할지 눈에 선하다. 그러면 보수정당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위험하다. 이걸 장동혁 대표가 막아내야 하는데 그 앞에서 유튜버 전한길 씨가 자기 과시하느라 장 대표의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다.
이거야말로 심각한 해당 행위 아니겠는가. 국민의힘은 즉각 윤리위원회를 열고 전 씨의 발언에 대해 ‘제명’이라는 단호하고도 무거운 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은 전한길의 시간이 아니라 장동혁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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