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3대특검특위’ 횡포에도 野 지리멸렬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7-31 13:31:44
더불어민주당이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 46명으로 구성된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총괄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은 "특검 수사는 증거와 범죄 혐의를 쫓아서 범인을 찾아내는 것으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사법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범죄로 간주한다"라고 했다.
서슬 퍼런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섬뜩하다.
어떤 행위에 대해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기관은 법원이다. 설사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법원이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범죄로 단정해선 안 된다. 그게 헌법에 담긴 3권분립의 정신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범죄 행위로 간주’한다니 대체 그런 권한은 누가 부여한 것이고, 그게 민주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특검은 인사권을 가진 권력자와 주변을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까 봐 만든 제도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3대 특검의 칼끝은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 죽은 권력을 향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맡겨도 될 일을 그것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정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야당을 수사하기 위해 여당이 특검을 발족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이 살아 있는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죽은 권력을 도가 넘게 파헤치는 일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야 나중에 한자리 꿰차고 앉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주진우 의원이 “여당은 특검에 파견된 검사와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특검과 특검보도 이재명 대통령 변호인들처럼 한 자리 챙겨줄 수 있다"라며 "특검과 특검보들은 이재명 정부에서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는다고 국민 앞에 떳떳이 밝혀라. 특검부터 어떤 자리도 받지 않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한 것은 그래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민주당이 '3대특검종합특위'를 만들고, 46명을 투입한 것은 아예 대놓고 여당이 특검을 수사 지휘하겠다는 것 아닌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국민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것이고, 거센 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정당 공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좋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에 벌어진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기상천외한 공천 의혹도 똑같은 잣대로 수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특검은 그런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고발당했음에도 그렇다.
오히려 집권 세력이 만든 '3대특검종합특위'의 위세에 눌려 그저 야당 파헤치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사실 민주당의 '3대특검종합특위'가 특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집권 세력의 횡포에 맞서 적절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모습이다.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찬탄파’와 ‘반탄파’가 서로 상대를 향해 인적 청산대상이라며 손가락질하기에 급급하다. 양측 모두 반성하는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다 합쳐야 고작 107석에 불과한 정당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장악한 집권 세력에 맞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내부총질이나 해대고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니 답답할 노릇이다.
제발 정신 차려라.
그대들이 싸워야 할 적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을 죽이기 위해 특검을 만든 집권 세력이다. 지금은 한가하게 내부총질이나 해대면서 당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다. 특히 혁신파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당권을 한번 빼앗아 보려는 그대들의 모습이 더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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