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李 쌈짓돈 아니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1-25 13:38:29

  주필 고하승



이재명 정부가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활용하겠다고 한다.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의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의 ‘조화’를 말하지만, 사실상 외환시장의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라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정부가 환율 방어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검토하는 건 원화 가치 하락 폭과 기간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금 매우 심각한 상태다.


실제로 이달 들어 원화는 주요국 통화는 물론이고 동남아 신흥국 통화들과 비교해서도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졌다(원화 환율은 상승). 이달 24일 주간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3일 대비 3.38% 떨어졌다. 환율은 1428.8원에서 1477.1원으로 불과 20여 일 만에 48.3원이나 ‘껑충’ 뛰었다.


개인의 해외 주식 투자와 기업의 해외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며 국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달러 유출 규모가 다른 국가보다 매우 빠르다는 뜻이다.


그러면 왜 기업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리는가.


노조 세상이 되어버린 한국은 이제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재명 정부의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 탓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계의 우려에도 기어코 민주노총의 숙원인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사실상 원청 사업자와 하청 노동조합의 직접 교섭이 가능하게 됐다.


이미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원청과 원청노조 간의 교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 목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밀어붙였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경영자가 기업을 확장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시선을 해외로 돌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투자확대로 인해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될 것을 예상한 개인들이 국내 주식을 외면하고 해외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 제공자는 이재명 정부인 셈이다.


그런데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쓰겠다니 제정신인가.


현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의 책임을 왜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인가.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월급에서 꼬박꼬박 일정한 금액을 떼어내 정부에 맡겨 놓은 돈이다. 정부가 운영을 잘 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개인에게 돌아갈 연금 수령액을 높여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생명줄이다. 그런 피 같은 돈을, 우리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을 정부의 쌈짓돈처럼 여기고 자기들 멋대로 쓰겠다는데 누가 동의하겠는가.


국민연금은 정권의 환율 안정 용도로 쓰라고 맡겨 놓은 돈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정권의 지지율을 관리하라고 맡겨 놓은 돈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노후 생계 자금이다. 이 피 같은 돈을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훼손한다면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반(反)기업-친(親)노조’ 정책이 원화 가치 하락의 중요한 요인인 만큼, 그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는 게 우선이다.


기업에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내 기업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지 않고 국내에 투자하게 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해외 기업들도 앞다퉈 한국에 투자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고 개미투자자들은 해외 주식 시장에서 국내 주식 시장으로 돌아올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자연히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달러 유출 규모가 줄어들 것이고 오히려 해외 자본이 국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 환율 상승을 방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원화 가치를 올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재명 정권의 노선을 ‘반(反)노조-친(親)기업’으로 전환하면 된다. 다만 노조에 빚을 지고 있는 현 정권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민연금이 조기에 고갈되고 자신의 노후가 막막해지면 그때는 이재명을 찍은 그 손가락을 원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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