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방탄의 길’이냐 ‘분열의 길’이냐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9-20 13:41:11
내일은 이재명 대표의 운명과 함께 민주당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국회가 20일 본회의에 보고함에 따라 21일 표결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재명 대표 편에서 보자면 부결은 ‘사는 길’이고 가결은 ‘죽는 길’이다.
반면 민주당 편에서 보자면 부결은 ‘방탄의 길’이고, 가결은 ‘분열의 길’이다. 그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부결하면 범죄 피의자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초 약속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는 국민적 비난에 휩싸일 것이고, 당은 내년 총선에서 의석수가 ‘반 토막’ 날 수도 있다. 당으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가결하면 어찌 될까.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
이른바 개딸들이라고 불리는 이재명 강성 지지층들은 “이번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안) 가결 표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협박하고 있다.
심지어 ‘체포안 부결’ 의사를 밝힌 의원들의 명단을 사진은 물론 그들의 ‘맹세’와 함께 증거로 남기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는 20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민주당 의원 168명 가운데 39.3%인 66명이 부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김민석 의원은 부결 요청하는 문자에 “넵 알겠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십시오”라고 했고, 윤건영 의원은 “위기일수록 당을 중심으로 단합된 힘으로 뭉쳐 싸워야 합니다. 문자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밖에 “네 부결해야죠(이해식 의원)” “지키겠습니다(김병욱 의원)” “네(문진석 의원)” “넵(이병훈 의원)” “부결!(안민석 의원)” “넵, 당연하지요(어기구 의원)” “네 부결(이수진 의원)” “걱정마세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 입니다(이원택 의원)” “전쟁 중에 장수를 적군에 갖다 바치는 어리석은 인간은 없을 것입니다(전용기 의원)” 등의 답변을 남겼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김남국 의원도 동참했다.
윤 의원은 “저야 당연히 부결이죠! 의원들께 제 의사도 표명하고 있습니다”라 했고, 김 의원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폭주하는 정권을 멈춰 세우겠다”고 했다.
이런 마당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당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표결결과는 어찌 될까.
앞서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 이른바 반란표는 모두 38표로 민주당 의원 중에서 가결에 찬성한 표가 18표, 기권표와 무효표를 합쳐서 20표다.
실제로 2월 27일 표결결과 재석 297명 중, 가 139표, 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찬성이 반대보다 한 표 더 많았으나 재석 과반수(149표)에 10표가 부족해 부결 처리됐다.
현재 국민의힘(111석)·친여 무소속(3석)·정의당(6석)이 체포동의안에 찬성, 민주당(167석)·친야 무소속 등(10석)은 부결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향방은 지난 2월 27일 체포동의안 표결 때 기권 혹은 무효표를 던진 20명의 의원 선택에 달린 셈이다.
그들이 ‘방탄의 길’을 선택할지, ‘분열의 길’을 선택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물론 가결되더라도 분열을 막을 방법은 있다.
이재명 대표 본인이 스스로 약속했던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된다.
자신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을 했고 본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제 발로 걸어가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만큼, 민주당 의원들에게 ‘가결 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하면 된다는 말이다.
그러면 가결되어 설사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개딸들이 ‘가결 의원 색출’과 같은 분열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고, 당은 쪼개지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방탄 단식’이라는 조롱을 들으면서까지 구속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이 대표가 과연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내년 총선에서 금배지를 못 달면 이재명을 당 대표로 선출한 그대들의 죄업이라고 생각하고 달게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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