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특검은 ‘제2의 드루킹 특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2-22 13:41:38
야당의 ‘통일교 게이트’ 특검 요구를 줄곧 거부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22일 "'통일교 특검'을 하자"고 수용 의사를 밝혔다.
어쩌면 2018년 5월 21일에 국회를 통과한 ‘드루킹 특검’처럼 민주당 정권에 지옥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은폐되었던 민주당 계열 인사들의 통일교 연루 사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은 불가하다고 제가 말한 바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못 받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여야 정치인 예외 없이 특검할 것을 제안한다"라며 거들고 나섰다. 바로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박수현 수석대변인의 입을 통해 “특검을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라고 선을 그었던 민주당이 180도 돌변한 것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6~18일 '한국갤럽'조사에서 통일교 특검 도입 찬성 여론이 62%에 달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특검을 도입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더구나 통일교 특검 공동발의에 합의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개혁신당 지도부가 단식이나 삭발까지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마당이다.
아무리 무도한 정권이라고 해도 이런 민심과 야당의 반발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둘째, 통일교에 연루된 민주당 인사들이 친문 인사들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때 통일교 로비를 받았던 사람들은 대체로 친문일 가능성이 크다. 전재수 전 장관도 사실은 친문 인사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을 보호하기 위해 왜 대통령이 상처를 입어야 하느냐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재명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이 통일교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정권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측에서 지난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 측에 접근해 여권과 연결고리를 형성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핵심인사 이름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측 인사들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과 민주당 내 친명계 인사인 강선우 민주당 국회의원, 특히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오른팔 격이라고 했던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등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재명 후보와 한학자 총재의 직접적인 대면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양측이 다양한 경로로 접촉을 시도한 흔적이 다수 존재한다. 실제로 특검이 확보한 2022년 대선 직전 통화 녹취에는 “이재명 후보 측에서 한학자 총재님을 직접 뵙고 싶다는 말이 있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가 하는 게 정치권의 핵심 논란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학자 총재를 만났는지 전혀 답을 하지 못한다. 그 자체가 통일교 게이트에 대한 특검 필요성을 말한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만났는지 밝히라"라고 압박한 것은 그래서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민주당이 마지못해 수용했던 ‘드루킹 특검’이 민주당을 강타했듯 이번 ‘통일교 특검’ 역시 민주당 정권을 위협하는 ‘제2의 드루킹 특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 ‘통일교 게이트’라는 끔찍한 지옥문이 열린 셈이다.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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