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비판한 곽상언의 용기를 배워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3-17 13:45:51
“특정 유튜버 권력에 머리를 조아릴 생각 없다.”
이는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에 이른바 ‘충정로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보진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유튜버 김어준 씨를 겨냥한 발언이다.
지난해 9월에는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곽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당시만 해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힘 있는 민주당 인사들이 줄줄이 김 씨 앞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상황에서 나 홀로 반대 깃발을 든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앞에 머리를 조아린 민주당 인사들도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곽상언 의원처럼 용기 있게 말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곽 의원은 1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시 많은 의원이 개인적으로는 공감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했다”라면서 “지금은 틈이 생기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억압적인 상황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틈이 생겼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김 씨 방송에서 ‘공소취소 거래설’이 제기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앞서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지난 10일 김 씨 유튜브 채널 방송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관계자가 검찰에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요청했다'는 취지를 '단독보도'라고 주장했고, 김 씨는 장 씨에게 "특종"이라고 호응했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서 김어준 씨를 향한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일고 있다.
그동안 침묵하던 사람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선 것이다. 참 비겁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민주당은 공소취소 거래설을 제기한 장인수 전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김어준 씨는 고발대상에서 제외하고 말았다.
김 씨는 사과 요구를 거부하면서 자신에 대한 고소·고발 조치가 있을 시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당 대표로 만들어 주었으니 정 대표가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란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집권당 대표라는 사람이 일개 유튜버에 농락당하는 모습이 참담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유튜버 권력에 휘둘리거나 농락당하는 정치인들의 이런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튜버들은 항상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습성이 있다. 대통령과 시비하는 것으로 힘을 과시하려 들거나 자신이 당 대표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힘을 과시하려 든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온갖 아양을 떨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진보진영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보수 진영에도 있다.
사실 언론인들과 유튜버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언론인들은 취재원들이 비공개를 전제로 하는 발언, 즉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에 대해선 생명처럼 지키려고 하지만 유튜버들은 그게 아니다. ‘코인팔이’에 도움만 된다면 비공개를 전제로 했다는 사실까지 폭로해 버리기 일쑤다.
국민의힘에서 ‘절윤’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두고 장동혁 대표가 일부 유튜버들에게 해명하자 그걸 곧바로 터뜨려 버린 게 유튜버들이다. 심지어 자신들이 마치 당 대표에게 보고라도 받은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언론에서 보도된 것에 대해선 언론이 책임을 지지만 유튜버는 그런 책임조차 지려 하지 않는다. 김어준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장인수 전 기자가 무슨 말을 할지 몰랐다고 발뺌 한 게 대표적이다. 정상적인 방송 같았으면 사전에 파악하고 허위일 가능성이 크면 발언을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온갖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그걸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것으로 돈벌이하는 자들이 유튜버들이다. 따라서 유튜버들과 손잡고 정치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쓰레기장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김어준을 비판한 곽상언의 용기를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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