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가 날아와도 곧게 말할 용기” 없으면 “국정 정보”에서 손떼라
대통령실 ‘민정’ 기능이 조선시대 암행어사 역할보다 못하다는 세평에 귀 닫지 말아야...
이재명 정부 출범 계기로 보다 신선하고 감동적인 역할 해내길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06-09 13:49:02
“정보(情報)는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며, ‘당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단서’가 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는 정보의 기능과 가치를 설명해 주는 정보론(情報論)이자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중대사를 판단하거나 예고 정보(豫告情報)를 무시하고 독선하는 일의 위험천만’을 경고하는 사회 일반의 경험론(經驗論)이기도 하다.
‘정보력이 곧 국력’이라거나 ‘국가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나온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재물을 많이 소유한 자보다 정보를 많이 보유한 자가 지배세력이 된다’는 등의 말은 개인의 사적(私的) 활동은 물론 기업의 경영전략에서부터 나라의 정치·경제·외교·국방·과학 등에 이르기까지 ‘대상(對象)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만큼 정확성과 완전성, 적시성 있게 획득하느냐에 따라 목표하는 바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들이다.
이렇듯 정보를 외면하고는 하루도 살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정보화 세상(情報戰場)’이다. 특히 국가의 안위나 민생과 직결되는 ‘국정 정보(國政情報, 국가 운영에 필요한 정보)’의 경우 제때 수집되지 않거나 선택·기록·평가·분석·종합·해석하여 보고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실이나 왜곡이 발생하면 한순간에 나라가 혼란에 빠져들게 됨을 우리는 나라 안팎의 여러 일을 통해 보아왔다.
비근한 예로, 지지난해 ‘2030년 엑스포 부산 유치 추진’ 과정에서 개최지 투표 하루 전까지 대통령에게 ‘49대 51 박빙’, ‘2차 투표에서 역전해 유치 가능’이라고 보고되었으나, 결과는 1차 투표에서 사우디에 한국이 119대 29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참패했다. 119대 29라는 ‘게임도 안되는 흐름’을 두고 정부 관계자들은 뭘 보았길래 ‘박빙’이니 ‘역전 가능’으로 읽은 것인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었다.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무난히 과반수를 얻을 것으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으나 대통령만 몰랐다’는 경천동지할 사후담(事後談)이 회자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나 관계 장관 등은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싶었지만 대통령의 엑스포 유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까봐 분위기를 맞출 수 밖에 없었을 것’, ‘듣기 싫은 보고에는 짜증을 잘 내는 대통령의 확증 편향(確證偏向)이 거짓 정보를 부른 요인일 수 있다’는 등의 추론도 뒤따랐다.
결국 수천억 원의 금전적 손실을 초래한 ‘2030 엑스포 유치 실패’는 ‘정보라인의 역할 한계(정보 부재)’와 ‘정보사용자의 확증 편향(정보 편식)’, ‘분위기에 편승한 보고자의 허위와 조작(정보 왜곡)’이 결정적 원인이 된 ‘예고된 정보 참사’였다는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국정 정보 왜곡은 최악의 국기 문란 행위임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도끼로 내리쳐도 ‘곧게 말할 용기’가 없으면 ‘국정 정보’에서 손을 떼야하는 이유가 극명해진 셈이다.
‘국정 정보’는 대통령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로 경제 정보, 외교·안보 정보, 민심 정보(民情, 국민여론 및 민심동향) 등 여러 갈래로 나뉜다, 분야에 따라 그 정보원(情報源)에 접근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요령과 처리·보고·전파하는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며, 보고자와 분석관 그리고 정보사용자의 능력과 안목 등에 따라 정보의 효용가치 역시 크게 달라진다.
오늘 이 지면에서는 앞에서 열거한 여러 분야의 ‘국정 정보’ 가운데 ‘국민들의 고충과 불만 그리고 바람’을 적기에 읽어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게 하는 등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이고 나아가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민심 정보(민정)’의 성격과 효용 등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차원에서, 조선시대 암행어사 이관명이 숙종 임금에게 ‘민심 정보’를 보고할 때 지녔던 각오와 이를 받아들이는 숙종 임금의 마음가짐 등을 적은 야사 하나를 쉽게 풀이해 함께 음미해 보고자 한다.
조선 19대 왕인 숙종 때 홍문관 교리직(정5품, 현재의 중앙부처 과장급)에 있던 이관명(李觀命, 1661~1733)이 암행어사가 되어 영남지방을 시찰한 뒤 돌아왔다.
숙종이 여러 고을의 실정(實情)을 묻자 곧은 성품을 지닌 이관명은 사실대로 직언(直言) 했다. ‘황공하오나 한 가지만 아뢰옵나이다. 통영에 소속된 섬 하나가 있는데, 무슨 일인지 대궐의 후궁 한 분의 소유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섬을 관리(管理)하는 관리(官吏)들의 수탈이 어찌나 심한지 백성들의 궁핍을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숙종은 손에 쥔 철여의(鐵如意, 쇠로 만든 법구)를 책상에 내리치며 ‘과인이 그 조그만 섬 하나를 후궁에게 준 것이 그렇게도 불찰이란 말인가!’ 대성일갈(大聲一喝) 격노했다.
그러나 이관명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다시 아뢰었다. ‘신은 어사로서 어명을 받들고 밖으로 나가 1년 동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지나친 행동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누구 하나 전하의 그릇됨을 막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니 저를 비롯하여 이제껏 전하에게 직언하지 못한 대신들도 아울러 법으로 다스려 주시옵소서!’라고 간청했다.
숙종은 여러 신하 앞에서 창피를 당하자 화가 치밀어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잠시 후 승지(承旨, 왕명 출납 관리)를 불러 전교(傳敎, 왕명)를 받아쓰라고 명하였다. 신하들은 이관명에게 큰 벌이 내려질 것으로 알고 숨을 죽였다. ‘전(前) 어사 이관명에게 부제학(홍문관의 정삼품 당상관 벼슬)을 제수한다’ 이관명의 직급을 한 단계 올린 것이었다. 숙종의 분부에 승지는 깜짝 놀라면서 교지를 써내려갔다.
곧 이어 숙종이 다시 명했다.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홍문관 종이품)을 제수한다’ 괴이하게 여기는 것은 승지만이 아니었다. 이관명의 직급을 두 단계나 높혀주는 왕의 명령에 신하들은 저마다 귀를 의심했다.
또다시 숙종은 승지에게 받아쓰라고 말한 뒤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예조참판(종이품 벼슬로 예조판서의 다음 서열)을 제수한다’고 명했다. 예조(禮曹)는 교육과 도덕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한 중앙 기관이며, 예조참판은 오늘날 교육부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이내 숙종은 이관명을 불러들여 말했다. ‘경(卿)의 간언으로 이제 과인의 잘못을 깨달았소. 앞으로도 그와 같은 신념으로 짐의 잘못을 바로잡아 나라를 태평하게 하시오’
어떻습니까? 권력 앞에서 그릇된 것은 그릇되다 말하는 이관명의 용기(정보)도 훌륭하지만 충직한 신하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숙종 임금의 안목은 더 더욱 훌륭하다 할 것입니다. 이 일화는 민간에 떠도는 야사로서 숙종 시절 당쟁은 치열했지만 숙종 임금의 도량(度量)과 선정(善政)을 바라는 충직한 관리들의 간절함을 엿보게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대통령(대통령비서실장) 산하 민정수석의 지휘를 받는 민정비서관실 ‘민정’ 기능에서 이관명 어사와 같은 역할을 해낸 민정관이 있었다거나, 민심 정보를 숙종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겸허히 받아들인 대통령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늘날의 ‘민정’ 기능을 ‘조선시대 암행어사보다 못하다’고 지적해 온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이상 귀 닫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통령실 민정 기능의 ‘보다 신선하고 감동스런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재명 대통령님! ‘숙종 때 이관명과 같은 충직한 사람’을 때때로 경향 각지 시정(市井)에 암행토록 파견해 보시면 어떨까요? 대통령님의 열정과 혜안에 ‘올 곧은 민심 정보’가 더해지면 ‘더 큰 덕치(德治)’, ‘더 탄탄한 대한민국’이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필자/김종식 kpislk@naver.com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소장,경희대학교글로벌미래교육원탐정학술전문화과정지도교수,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前국가기록원민간기록조사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행정사·공인중개사자격취득,치안정보업무20년(1999’경감),경찰학개론강의10년/저서:탐정실무총람,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개론(탐정학),경호학,경찰학개론外/사회분야(치안·국민안전·탐정업·탐정법·공인탐정明暗)등 600여편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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