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친명, 갈등을 넘어선 전쟁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1-24 13:50:09

  주필 고하승



이건 전쟁이다.


지금까지가 서로 잽을 뻗는 수준의 탐색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가 쓰러져야 하는 복수혈전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당원 1인1표제’를 놓고 벌어지는 정청래 대표와 친명 조직 간의 갈등에 대한 여의도 정가의 관전평이다.


실제로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당 대표 선출에 ‘당원 1인1표제’를 적용하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강행하자 친명 진영이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권을 향한 정 대표와 친명 진영 간의 균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2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현행 ‘20 대 1 이하’에서 ‘1 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 대표는 24일 당무위원회와 28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수행 실장을 지낸 한준호 최고위원과 이 대통령이 영입한 이언주 최고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을법한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앞에 두고 보란 듯이 반기를 든 셈이다.


그러나 이건 신호탄에 불과했다.


친명 진영에서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 수석 사무부총장을 지낸 강득구 의원과 당직자·원외지역위원장 출신의 친명 진영 윤종군 의원은 물론 대표적인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일부 친명 성향의 민주당원들이 ‘당헌·당규 개정안 의결 무효 가처분 소송’을 위한 신청인 모집 절차에 돌입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맞서 정청래 대표를 추종하는 개딸들 사이에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발의한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법’에 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양측이 갈등의 단계를 넘어 전쟁 단계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친명 조직은 왜 정 대표가 추진하는 ‘당원 1인1표제’를 반대하는 것일까?


당내에서 누구도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여의도 정가에선 이미 ‘정청래 당 대표 재선용 개정이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파다한 실정이다.


그러면 ‘당원 1인1표제’가 정말로 정청래 대표에게 유리한 것일까?


그렇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나 최고위원 선거에서 비록 대의원 투표에선 밀렸지만, 유튜버 김어준을 추종하는 세력이 많은 당원 투표에선 승리해 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대의원 투표에선 박찬대 후보에게 밀렸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3분의 2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해 당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앞서 2022년에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수석 최고위원에 선출된 바 있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로선 ‘당원 1인1표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재선용 개정’이라는 등 음모론이 등장하고, 당을 위한 진심의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적 결론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당원 1인1표제’가 ‘정청래 재선용 개정’이라는 주장은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 것 같지가 않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다는 건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어느 쪽이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진영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친명이냐, 김어준을 추종하는 정청래냐 하는 진검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정권이 무너지는 건 외부 공세보다도 내부 분열에 의한 것임을 이번에도 입증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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