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선 돌파 새 이정표, ‘빚투’ 과열 경계하고 경제 선순환 견인을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2-26 13:50:02
코스피(KOSPI)가 지난 1월 22일 장중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꿈의 지수로만 불리던 ‘5,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파죽지세(破竹之勢)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거침없이 1,000포인트를 더 올려 급기야 지난 2월 25일 한국 증시가 태동한 지 70년 만에 미증유(未曾有)의‘6,000선’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어제 코스피는 전날보다 114.22포인트(1.91%) 오른 6,083.86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처음 ‘5,000고지’를 밟은 지 34일 만이자, 종가 기준으로는 첫 5,000선을 돌파한 지난 1월 27일 이후 29일 만의 쾌거(快擧)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44.4%로 G20 국가 중 1위를 달리는 신기원(新紀元)을 일궜다. 2위 튀르키예(25%), 3위 브라질(19%), 4위 일본(14%)을 앞지른 것이다. 작년 상승률 76%에 이어 2년 연속 G20 최고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재명 정부 대선 공약인 ‘5,000 피(PI)’를 달성한 지 약 한 달 만에 일군 개가(凱歌)이다. 지난해 6월 3,0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8개월 만에 두 배로 뛰는 이례적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6,000선’을 넘겼으며 한때 6,100선을 웃돌기도 했다. 지난해 75.63%의 수익률로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한 코스피는 올해도 반도체 실적 전망 상향과 유동성 유입에 힘입어 44.37%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5,017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5,000선’ 돌파 당시 4,204조 원보다 750조 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거침없는 주식시장 기세가 얼어붙은 민생을 녹이고 경제 전반에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반기고 환영한다. 차익을 실현하려는 외국인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는데도, 국내 개인투자자와 연금 자금이 뒷심을 발휘하며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등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된 ‘이유 있는 상승’이란 해석이 많지만, 유례없는 단기 급등에 이어지는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 주식시장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한국 증시를 억눌러 온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근본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과거 정부와 달리 주식시장을 부동산 시장의 대안으로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는 게 시장 신뢰를 높인 것이라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 묶인 돈을 주식시장으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머니 무브(Money move)’ 통로를 꾸준히 정비해 온 것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셈이다. 때마침 집값 상승 추세가 꺾이고 있는 것도 청신호로 작동했다. 지난 2월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의하면,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월의 124에서 108로 16이나 떨어졌다. 이 지수는 100보다 크면 향후 1년 뒤 집값 전망을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의 수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CSI는 지난해 7월 109에서 10월 122로, 올해 1월 124로 추세적으로 상승해 왔으나, 2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전달보다 16포인트 하락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러한 추세가 굳어진다면 ‘부동산 투기·불안’이라는 한국 경제의 고질병 중 하나가 해소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올해 들어 10조 원 넘게 순매도했는데도, 개미투자자와 퇴직·국민연금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주가 상승을 떠받쳤다. 특히 낮은 수익률의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 있던 퇴직연금이 빠르게 공격형 주식투자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장기성 자금은 단기투자 비중이 높아 변동성이 큰 우리 증시의 체질까지 바꾸고 있다. 주가 상승은 가계 자산을 늘려 소비심리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투자 확대에도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함으로써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던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져 분산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오른 탓에 ‘변동성(Volatility)’ 역시 커질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 투자 둔화 가능성, 중동발(發) 지정학 리스크(Risk), 관세 협상 불투명성 등 외부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만 한다. 이른바 ‘포모(FOMO │ 소외 공포)’ 심리가 확산하면서, 여유 자금이 아닌 ‘빚투(빚을 내 투자)’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 급증하는 ‘빚투’도 향후 조정장에서 매물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잠재적 폭탄으로 꼽힌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산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월 24일 기준 31조 9,60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7조 원에 대비해 18.5% 늘어났다. 주식투자용 기타 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 가계대출도 1,979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투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전례 없는 코스피 상승세에 그야말로 ‘주식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사상 최고치인 1억 180만 3,688개를 기록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107조 9,032억 원으로 불어났다. 투자 열기가 정점을 향하면서 증시로 자금이 몰려드는 형국이다. ‘레버리지(Leverage)’와 같은 공격적 투자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를 의미하는데 금융에서 주식 레버리지는 타인의 자본(부채)을 빌려 자기 자본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불장에 나만 소외될 수 없다는 불안감인 ‘포모(FOMO)’ 심리가 작용하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레버리지 ETF 관련 교육 신규 이수자는 16만 7,000명이었다. 1년 전 8,600명보다 무려 19배 늘어난 규모다. 지난 1월 26일에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교육원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가 되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주가 상승보다 자본시장의 온기가 실물경제로 퍼져 나가도록 유인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20만 전자’나 ‘100만 닉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서 로봇·방산·원전 같은 신성장 산업, 건설·서비스업 등 내수 부문으로 자본이 흐르도록 유도를 해나가야만 한다. 또 당국은 장차 시장에 조정이 닥쳤을 때 투자자들이 심한 충격을 받지 않도록 리스크(Risk)가 큰 투자에 대한 제어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종이 주도한 상승 흐름을 원전, 방산, 이차전지 등이 이으면서 시장 전반에 활기가 확산하고 있다. 「상법」 개정, 시장구조 개선 등 정부 정책이 더해지면서 외풍을 견딜 수 있는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 체력)’과 ‘밸류에이션(Valuation │ 평가 가치)’을 보유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짓눌렸던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며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자본시장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가 아닐 수 없다. 가계·기관투자자의 자금을 기업에 연결해 자본이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옮겨갈 수 있게 한다. 유동성을 제공해 투자 리스크와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 주고, 경영 감시 기능이 작동하도록 해 시장 기반의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자본시장에 활력이 도는 건 좋은 신호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제 전반이 건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회는 지난 2월 25일 상장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상장회사가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고, 법 개정 이전에 취득한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한 것이 핵심 골자다. 기업들이 지배주주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방어에 이용해 온 자사주의 소각 의무화는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가 안정적 궤도로 진입한 지금이 세제 정상화 적기일 수 있다. 증시 상승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겠지만, 하락세로 돌아서면 더더욱 힘들다. 합리적 세제를 구축해야 증시 체질도 더 탄탄해질 것이다. 증시의 초단기 급등이 유동성과 투자 심리에 기댄 측면도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빌려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자금인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최근 31조 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18조 원 안팎이었지만 1년 새 80% 가까이 급증했다.
주식시장에서 영원한 상승은 없다. 급등 뒤에는 언제나 조정이 뒤따르는 것은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철칙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낙관도, 근거 없는 비관도 아닌 냉정한 균형감각이다. 코스피 6,000은 분명 새로운 이정표다. 그러나 숫자가 높아질수록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정책 당국은 과열을 경계하며 시장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하고, 투자자 역시 수익에 취해 불나방처럼 뛰어들기보다 냉정히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투자자 사이에 ‘상승장 속 소외’를 두려워하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며 증시로 앞다퉈 몰려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우량주만 치솟는 ‘K자형 양극화’도 우려된다. 올해 코스피 시가총액 상승분의 절반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3개 종목이 차지한다. 향후 관전 주요 포인트는 대형주 쏠림 장세가 완화되며 종목 확산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있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의 거래대금 비중도 67.4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 허용에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중장기 투자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에 묶인 돈이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기업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장기 추세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투기 근절’을 지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자본시장은 부동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도 유리하다. 부동산에 부(富)가 집중돼 사회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와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加重)시키는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주식시장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 나가야만 한다. 한국 증시가 제대로 평가받는 것은 분명히 반길 일이지만 상승의 이면에 짙게 드리운 암운의 그림자를 꼼꼼히 살펴야만 한다. AI 사이클 변화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조정되는 경우 한국 증시 전체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기업들의 고른 실적과 경제성장률이 뒷받침하지 않은 채 주가만 오르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증시 부양에 안주해 ‘빚투’ 관리에 소홀하다가는 차익 실현 물량으로 지수가 급락하는 경우 투자자 손실은 커지고 시장도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선제적인 ‘빚투’ 관리로 증시 자금의 안정적인 선순환으로 끌어내는 것은 물론 부실 상장사 정리로 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할 때다. 증시 격언대로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이다. 정부는 시장 건전성을 위해 빚투에 대한 경고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작금의 주가 상승은 정책 성과로 내세우며 자랑 보다 냉정해져야만 한다. 지수가 급등할수록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신용 공여 한도와 증권사 건전성 관리, 시장 과열 징후에 대한 선제적 점검을 강화하고 안전판을 면밀하고 촘촘히 가동할 필요가 있다. 불공정 거래 단속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 6,000 환호 뒤에 숨은 위험 신호를 간과하지 말고, 탄탄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이끄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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