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권의 ‘아킬레스건’ 항소 포기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1-11 13:51:04

  주필 고하승



검찰의 대장동 5인방 항소 포기 사건이 이재명 정권을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에 사법부 권력까지 모두 장악한 정권이기에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 것이란 오만함이 빚은 참사다.


이로 인해 지금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건 여야의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국고로 환수될 가능성이 있는 7400억 원가량이 범죄수익이 항소 포기로 고스란히 범죄자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됐는데도 ‘잘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제정신이 아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는가.


수사팀이 항소장을 써놓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까지 받은 상태에서 갑자기 번복된 이유가 무엇일까?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용산·법무부 관계를 고려해 중앙지검장과 합의해 결정했다”라고 밝혔으나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노만석 대행과 합의 없었다, 난 항소 포기에 끝까지 반대했다”라고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사의까지 표명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노만석 대행이 용산과 법무부의 의견 혹은 지시에 따라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항소 제기 보고를 받고 신중히 검토하라고 했다”라고 토로했다.


물론 그것이 항소 포기 지시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법무부 장관의 의견인 만큼 검찰이 그것을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행에 이르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대장동 5인방’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 항소 포기를 압박한 셈이다.


어쩌면 그보다 ‘윗선’이 있을지도 모른다.


있다면 당연히 그 끝은 이재명 대통령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진우 지검장이나 노만석 대행, 혹은 정성호 장관 등을 ‘꼬리 자르기’ 하는 것으로 빠져나갈 수도 없게 됐다. 설사 그렇더라도 이 대통령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형식이라도 취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가관이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거센 반발에 대해 “친윤 정치검사의 항명”이라며 ‘내란 동조’라는 논리로 맞대응에 나섰다.


심지어 검찰의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 자체를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국정조사, 상설특검, 청문회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범죄수익 추징을 막은 검찰 수뇌부의 이례적인 결정에 대한 비판을 ‘친윤 검사 항명’이라니 제정신인가.


지금 검찰 간부들을 임명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친윤 검사들을 중용했다는 소리인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내란 동조’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11일 각 부처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12·3 비상계엄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자들을 조사해 색출하는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 구성을 제안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하다”라며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국의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내란 동조’ 여부를 조사하고 동조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공포 정치’를 하겠다는 겁박이다.


한마디로 정부를 비판하고 싶어도 살고 싶으면 입도 벙긋하지 말라는 엄포 아니겠는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


엄중히 경고한다. 정부의 이런 식 대응이 항소 포기 사건을 덮기는커녕 되레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어쩌면 항소 포기 사건이 이재명 정권의 수명을 단축할지도 모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세력이 심판을 받으면 조기 레임덕으로 그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