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헌금 ‘뒷배’ 李 아니면 김현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1-05 13:53:13
공천헌금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김병기 의원이 5일 "제명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버티기에 나섰다.
당내 일각에서 당을 떠난 뒤 혐의를 털어내고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도덕적으로 비판받을 만한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면피용으로 탈당했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복당하는 게 통상적인 데, 그는 그런 형식적 절차마저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 무얼 믿고 이렇게 배짱을 부리는 것일까?
혹시 자신을 보호해줄 ‘뒷배’인 누군가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뒷배가 있다면 그는 누구일까?
김병기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정리한 탄원서를 2023년 12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고 밝힌 이수진 전 의원은 그 ‘뒷배’로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발 발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수진 전 의원은 "당 대표니까 원칙은 지켜줄 것이라 믿었다"라며 "탄원서를 사본도 남기지 않고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이던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은 무마됐고, 오히려 이재명 대표를 믿고 비위를 고발했던 이들은 모두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되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이 전 의원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탄원서에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 의원 2명으로부터 김병기 의원의 배우자가 총 3,000만 원을 받았다가 3~5개월 뒤 돌려줬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엄청난 범죄가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묻혀버린 것은 당시 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김병기 의원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당 대표실에 전달된 탄원서가 당 윤리감찰단으로 이첩된 뒤, 김병기 의원이 위원장이던 '공직선거 후보자 검증위원회'로 이관되면서 묻혀버린 것을 주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 대표실의 누군가가 김병기 의원 자신의 비위 의혹을 '셀프 검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병기 의원을 보호하려는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 아니면 김현지 실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왜 김 의원을 그토록 보호하려고 했던 것일까?
국민의힘은 김 의원이 2024년 총선 공천 당시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을 주도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당시 당 수석 사무부총장으로 후보자 검증위원장, 공천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간사 등을 모두 맡아 사실상 공천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수진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데는 김병기 덕이 크다”라며 “지난 총선 때 이 대표를 대신해서 기존 주류를 전부 컷오프시키고 당을 친이재명계로 재편하지 않았나. 그때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병기뿐이었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이 김병기 덕을 보았기 때문에 그를 보호하려고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 뒷배를 믿고 탈당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뿌리 깊은 공천뇌물 카르텔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만 한다.
특히 김병기 뒷배로 ‘좌지우지 존엄 현지’라고 불리는 김현지 실장과 이재명 대통령이 거론되는 만큼 이를 경찰 수사에 맡겨선 안 된다. 경찰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민주당 윤호중 의원인 데다가 이미 동작경찰서는 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그냥 뭉개버린 수사무마 청탁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경찰 수사는 도둑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연루된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선 당연히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따라서 특별검사를 도입해야만 한다. 살아 있는 권력과 맞닿아 있는 중대 범죄 사안을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특검제도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공천헌금 사태와 관련해 환부를 도려내겠다고 밝힌 만큼 그것이 진심이라면 야당의 특검 수용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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