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는 시민 편? 시민단체 편?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1-18 13:55:37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에 강하게 반발하는 일부 민간위탁·보조금 단체에 대해 "시민단체를 표방한 '기득권 단체'"로 규정했다.
오 시장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시정질문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소양 시의원의 질의에 "일부 사업비를 조정했더니 시민단체를 표방한 기득권 단체의 반발이 심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를 자처한 기득권 단체들이 어떻게 서울시 행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2030 젊은층이 알게 되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분류할 것"이라며 "전임 시장 시절 시민사회 활성화에 지원한 많은 액수의 예산이 있는데, 과연 애초 표방했던 대로 효율적으로 쓰였는지 시민들이 정확히 실상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들이 서울시민 전체를 대표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감사 내용 중 일부가 밝혀졌는데 시민들이 보고 있으면 매우 분노할 것"이라며 "기득권 단체들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건강한 시민단체를 운영하기 위해 애쓰는 시민단체에는 깊이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박원순 전임 시장 재임 당시부터 온갖 기득권을 누려온 시민단체와의 싸움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 시장은 기꺼이 그들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1000만 서울시민을 위해 쓰여야 하는 예산이 몇몇 기득권을 지닌 특정 시민단체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냥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9월 중순 전임 시장의 핵심 사업인 보조금·민간위탁 사업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 그 시발점이다.
당시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 "그들만의 마을,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라는 등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대체 박원순의 10년간 서울시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참으로 가관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 또는 민간위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직접 또는 자치구를 통해 시민사회와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해왔다. 실제로 마을, 도시재생, 사회적 경제, 주민자치, 협치, 주거, 청년, 노동, 도시농업, 환경, 에너지, 남북교류 등 온갖 명목으로 이름을 붙여 지난 10년간 지원된 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
민간보조 사업의 경우 특정 시민단체에 중복으로 지원한 경우가 허다했고, 과도한 예산 집행에 비해 성과는 매우 미흡했다.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이 이런 방식으로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간 것이다. 윤미향의 정의연 같은 단체들도 지원금을 챙겨갔다. 세금을 낸 시민만 바보가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박 전 시장 재임 기간에 서울시 등록 시민단체는 무려 1000곳 넘게 늘어났다. 그냥 돈을 시민단체에 마구잡이로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시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어떻게 이렇게 쓰일 수 있나.
이걸 바로잡기 위해 오세훈 시장이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 건 쉽지 않다. 당장 돈맛을 본 몇몇 기득권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의 발호를 눈감아준 서울시의회와의 갈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시의회는 집행부인 서울시가 잘못된 길을 갈 때 이를 견제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박원순 10년간 여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는 그런 역할을 애써 외면했다. 시장이 같은 당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통렬히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그런데 되레 ‘박원순 흔적 지우기’라며 오세훈 시장을 몰아세우고 있으니 참담하다.
이제 시의회 의원들의 임기는 고작 7개월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그 남은 기간만이라도 비록 소속 정당은 다르더라도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바로 세우기’가 옳은 길이기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서울시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박원순 시장 재임 당시 제대로 집행부 견제 역할도 하지 못했으면서 바른길을 가겠다는 오세 훈 시장의 발목이나 잡고 있으면, 누가 그런 시의원들을 다시 찍어 주겠는가. 시의회는 1000만 서울시민 편에 설 것인지, 기득권을 지닌 몇몇 특정 시민단체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라.
시의원들도 서울시민이라면 비록 소속 정당은 다르더라도 오세훈 시장이 선언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응원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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