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명청대전’ 대리전까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9-10 13:57:48

  주필 고하승



이재명 정부와 정청래 체제의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드러난 갈등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투톱’인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는 정청래 대표를 ‘용산 대통령’인 이재명에 맞서는 ‘여의도 대통령’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거듭 강조했음에도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정당 해체’를 운운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가 바로 하루 전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오찬에서 '협치'를 당부한 것과는 다른 기조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당정 균열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전날 오전에는 정 대표와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사이에서 검찰개혁추진단을 둘러싼 이견이 발생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물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이견이 없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당정이 연일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급기야 ‘명청(이재명-정청래)대전’의 대리전 양상까지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내 ‘친명’으로 분류되는 박희승 의원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란 특별재판부(특판) 설치 주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똑같다”라는 고강도 발언까지 내놨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내부에서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 지도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공개 비판한 것은 박 의원이 처음이다.


이는 내란특판부 설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자 당내 친정청래 계 인사로 꼽히는 강경파 최민희 의원이 여당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박 의원을 향해 "(내란재판부를) 계엄에 비유하나"라며 성토를 쏟아냈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자당 의원 168명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박희승 의원을 겨냥 "내란재판부에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도 "근데 그걸 계엄에 비유하나"라고 쏘아붙였다.


강성 지지층만을 의식한 정청래 대표의 의중을 전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외형적으로는 박희승 의원과 최민희 의원 간에 벌어진 설전이지만, 실제로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대리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즉 현재 권력인 ‘용산 대통령’ 이재명에게 미래 권력인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가 맞서는 형국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의 임기를 시작한 지 오늘로 99일이다. 100일이 채 안 된 대통령이다. 그런데 벌써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나온다는 건 대통령에게는 굉장히 기분 나쁜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권 초 벌써 여당 대표에게 '여의도 대통령' 소리가 나오면 이 대통령 입장에선 절대 달가울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건 정 대표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정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출범 100일을 맞이하는 이재명 정부에 "A학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라며 "이재명 정부 출범만으로 경제는 안정되었고 코스피 지수는 3200으로 뛰었다. 특히 압도적인 분야는 외교였다”라고 추켜세운 것은 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함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언론에서) 정 대표와 대통령실이 마치 방향이 다른 것 같은 걱정을 주셨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당 지도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실과 거의 매일,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씩 소통하고 있고 거기에 이견은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린다"라고 긴급 진화에 나선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말로 당정 갈등을 봉합하기엔 그간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너무 나갔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정치인의 말로가 어떠할지 아무래도 정청래 대표가 보여 줄 것 같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면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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