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싫다“ 54.7%…왜?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1-16 13:58:02
절반이 넘는 국민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게 이 대표에게 ‘꽃길’이 펼쳐지기는커녕 되레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를 받아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지' 묻자 전체 응답자의 54.7%가 "거부감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반면 "거부감이 없다"라는 응답은 43.0%에 그쳤다. 거부감을 표시한 응답자가 호감을 표시한 응답자보다 무려 11.7%나 더 높다. 통상 양자구도로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50% 이상을 득표해야만 승리할 수 있는데, 유권자의 54.7%가 싫어한다면 이건 사실상 끝난 게임이다.
특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20·30대와 서울·충청, 중도층에서 절반 이상이 이 대표에게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는 상당했다.
실제로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거부감 있다' 46.0%, '거부감 없다' 48.3%로 팽팽했으며, 민심의 풍향계인 중도층에서는 '거부감 있다' 54.7%, '거부감 없다' 40.6%로 거부감을 드러낸 응답자가 14.1%나 더 높았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 6.5%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표의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설령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여야 다른 대권 주자들에 비하면,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여야 주자들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지율은 아무 의미 없다. 이런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호감도와 비호감도다. 그런데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훨씬 높게 나오고 있으니 이제 대통령 꿈은 접어야 할 것 같다.
공정하지 못한 그의 태도가 원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탄핵 문제와 관련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라며 다급하게 몰아쳤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재판에 대해선 이런저런 잡스러운 지연전술로 시간을 ‘질질’ 끌었다. 느닷없는 단식을 핑계로 병원에 입원하는가 하면 특히 공직선거법 관련 항소심의 소송 기록 통지서를 수령 하지 않는 방식으로 또 재판을 지연시켰다. 6개월 안에 끝내도록 규정된 1심 재판을 무려 2년 2개월이나 끌었는데 2심마저 지연시키려 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윤석열 탄핵은 토끼 뜀박질하듯 몰아치고 정작 이재명 재판은 거북이걸음보다 더 늦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국민은 이 대표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멍한 바보가 아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인이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은 무효가 된다. 1심과 같은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10년간 선거권·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그 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만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정치 생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은 물론 대북 송금 의혹, 대방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 모든 재판을 중단할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 탄핵은 몰아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재판은 늦춘다는 걸 국민이 모를 리 없다.
“이재명은 싫다”라는 국민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은 그런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 소식은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을 더 높일 게 분명하다. 공정하지 않은 까닭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핍박받는 신데렐라로 만든 건 이재명 대표다. 반면 이 대표는 신데렐라를 악독하게 대한 계모, 즉 ‘국민 밉상’으로 낙인찍혔다. 무엇이든 과하면 이렇게 탈이 나는 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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