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밀어내는 李, ‘레임덕 공포’ 탓?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6-10 14:02:35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무려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발언 점유율은 90% 이상이 대통령이었다. 그러니까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쏟아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8,17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록 주어를 생략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그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정가에선 이 말을 하려고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먼저 선거에 대한 평가는 정청래 대표와 결이 달랐다.
정청래 대표는 전국 16곳 단체장 선거에서 12곳에 승리한 것을 두고 ‘승리한 선거’라고 평가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해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승리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진 선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3일 동안 표정 유지하기 힘들었다”라거나 “패배의 상실감을 견디기 힘들었다”라고도 했다.
이건 누가 들어도 정청래 대표를 질책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 대통령은 이런 말들 끝에 “다 내 책임이다. 다 대통령 책임이다. 비가 와도 대통령 책임이다”라고 했으나, 실제로 자신의 책임으로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앞에선 민주당의 잘못을 상세하게 거론하며 강하게 질책해 놓고 끝에 가서야 “내 책임”이라고 한마디 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민주당이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둔 나의 책임이니까 앞으로는 민주당 잘못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 환송 행사에 정청래 대표는 빠지고 김민석 총리는 참석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당권 도전을 위해 물러나는 김민석 총리가 공항 환송에 나서자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명픽’ 주자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대통령 순방 환송식에 정청래 대표가 불참했다는 사실은 아주 이례적이다. 그런 전례 자체가 없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마음이 정청래 대표에게는 없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왜 정청래 대표와 거리를 두는 것일까?
레임덕을 우려한 탓이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게 그 징후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로 주저앉으면 레임덕이 시작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들은 모두 가까스로 5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임덕 일보 직전이다. 이 대통령의 ‘정청래 밀어내기’는 레임덕을 우려하는 공포심이 나타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집권 1년 차인 대통령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방송에서 이 정도 수위의 질책성 발언을 하고, 공개적인 환송 행사에 정 대표를 부르지 않은 것은 결단하라는 압력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 대표가 이 대통령 환송 행사가 있던 날, 선운사를 간 것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며 당 대표 사퇴와 함께 연임 도전 포기를 선언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6·3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라면서도 “공과를 냉철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백서를 발간하겠다”라고 했다. 말로는 ‘승리가 아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말에 ‘공감한다’라면서도 평가위원회를 만들어서 승리인지 아닌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겠다”라고 했다. 당 대표 연임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집권 1년밖에 안 된 시점에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에게 아주 강하게 질책하면 그 뜻을 읽고 납작 엎드리는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정 대표는 왜 반기를 들고 나서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곧 레임덕에 빠질 것을 간파한 때문일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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