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가상자산은 안된다"더니 코인 테마주 투자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위해 투자” 변명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5-09-03 14:04:27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정작 ‘코인 테마주’로 불리는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기 위해 (투자를)했던 것”이라고 변명해 빈축을 사고 있다.


3일 이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주식ㆍ펀드 투자액은 총 712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 주식 보유다.


스트래티지는 마이클 세일러 창업자가 2020년부터 꾸준히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현재 세계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코인게코 기준 현재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총 63만2457개다. 이를 업비트의 비트코인 가격(1개당 1억5344만원)으로 환산하면 약 97조원 규모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 물량의 3% 안팎에 해당한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트래티지는 수년 전부터 잉여 현금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확보한 자금을 모두 비트코인 매수에 활용하는 ‘올인’ 전략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스트래티지의 기업 가치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연기금이나 보험사처럼 위험자산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기관들은 스트래티지를 통해 사실상 ETF처럼 비트코인에 간접투자하는 효과를 얻는다.


논란은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이번 투자 행보가 상반된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그는 가상자산을 두고 “내재적 가치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31일 정무위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도 “(가상자산은)내재적 가치가 없어 예금ㆍ증권 등 전통 금융상품과 다르다”며 “가격 변동이 커 화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연금ㆍ퇴직 계좌에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할 것인지 묻는 질의에는 “노후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ㆍ개인 연금에서 (가상자산에)투자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도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답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인 스트래티지(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난 것,


본인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전날 국회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금융 수장 후보자가 해외 주식에 투자한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총 7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그중 1100만원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투자자의 심리는 어떤지 보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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