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공정성' 논란으로 사실 상 '심리적 분당 상태'?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4-02-28 14:05:34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선거를 코 앞에 둔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컷오프 등으로 극에 달한 '공천 공정성' 논란으로 ‘심리적 분당’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5선 중진인 설훈(경기 부천을) 의원은 28일 "지금까지 제가 민주당에서 일구고 싸워온 모든 것들을 다 부정당했다”며 “40여년 몸담고 일궈왔던 민주당을 떠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전날 박영순 의원에 이어 또 다시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 나선 설의원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밤낮을 바꿔가며 고군분투했던 4년이라는 시간이 단순히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의정활동을 하지 않는 하위 10% 의원으로 평가절하되고 조롱당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지난 40여년 동안 민주당이 버텨왔던 원동력은 바로 민주당의 민주화가 제대로 작동되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작금의 민주당은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으로 변모됐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아부해야 이재명 대표에게 인정받고 공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만 고민하는 정당이 되어버렸다”고 직격했다.
또한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전혀 국민께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을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록 민주당을 나가지만, 밖에서 민주당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 더욱 힘껏 싸우겠다"며 "민주당이 옛날의 참된 민주정당이 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가차 없이 비판하겠다”고 예고했다.
설 의원 탈당에 앞서 이상민, 이원욱, 조응천, 김종민, 김영주, 이수진, 박영순 의원 등이 공천 정국에서 민주당을 떠났고 현재 4선의 노웅래 의원은 대표실에서 '공정 공천'을 요구하며 단식 중이다.
특히 유일한 '친문' 최고위원으로 그동안 당내 공천 파동과 관련해 이 대표 등 지도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문제삼으며 당무를 거부했던 ‘고민정 의원도 전날 “지금 민주당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위기는 다름 아닌 ‘불신’”이라며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했다. 고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이런 불신을 종식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단일 대오를 이뤄 승리를 끌어나가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같은 날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가 서울중성동을 출마를 준비해 온 임 전 실장을 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면서 내홍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임 전 실장을 다른 지역구에 공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한 바 없다”며 임 전 실장 출마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전날 의총에서 이재명 대표를 앞에 두고 "남의 가죽은 벗기면서 자신의 것은 벗기지 않는다. 피칠갑 된 손으로 웃으며 빵점 이야기를 했다"고 날을 세웠던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 비판하는 사람들. 반대 세력은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식의 공천이 진행되다 보니까 민주당원들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초) 불참한다던 이 대표가 (의총장에) 들어와서 일부러 고언을 했다"며 "지금 연초 대비해서 민주당에 대한 당 여론조사까지 포함해서 모든 여론이 계속 나빠지고 있고 이대로 가서는 선거에 참패할 수 있다, 전문가 얘기가 나오는데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굉장히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 사퇴에 대해서는 "고 최고위원이 임종석 실장 공천 안 한 문제 하나가 아니라 불공정 공천, 사당화의 완성을 위한 공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고위원으로서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렇게 얘기하고 그만둔 것"이라며 또한 "이재명 대표께서 갑자기 양산에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가서 정말 힘을 합해서 잘해보자 이런 메시지를 준 다음 날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책임이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나와서는 안 된다, 이런 발언을 해 당을 갈등과 분열 속에 몰아넣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온 국민들이 정치검찰, 윤석열 독재 정권 심판해야 된다는데 지금 지도부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친문, 비명, 반대파 심판에 골몰하고 있는 거 아니냐"라며 "작년 7.8월 부터 이대표 측근 중 한 사람이 국회 근처에 사무실을 얻어놓고 내가 30명 날려버리겠다, 그런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마 했는데 이후 만들어진 혁신위원회가 하위 10%에 대해 30% 감점하는 작업들을 했다"며 "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올바른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을 겨냥한 어떤 작업이 아주 치밀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지금 공천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해서도 "(언론 확인 결과) 당 공심위는 그런 결정을 내린 바 없는데 (당에서) 홍영표 밀어내기 작전에 들어간 것 같다"며 "어제 갑자기 (제 지역구를) 전략공관위로 보낸다는 건 완전 배제하는 것 아니냐.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 등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경선을 하면 거기에 응하겠다는 게 현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 선거관리위원장에서 중도 사퇴한 정필모 의원이 경선 여론조사 수행업체 ‘리서치DNA’가 업체를 추가 선정하는 과정과 관련해 “누군가가 전화로 해당 분과위원한테 지시해서 끼워 넣었는데 누구 지시인지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 “나도 허위 보고를 받고 속았다” 등으로 폭로한 데 대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선거 때 당내 여론조사는 당 공관위, 전략공관위, 전략기획본부, 민주연구원 이런 기관에서 하는데 (이 중) 공식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곳이 없다"며 "그래서 지난번 의총에서도 이게 문제가 됐는데 왜 이게 심각하냐면 지금 밀실에서 (당) 공천에 대한 기획 등이 실행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계속 나오지 않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리서치DNA'를 겨냥해 "누군가의 전화 지시로 (당 여론조사 수행 업체에) 추가로 선정됐다는데 어제 의총에서도 누가 시켜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를 했는지 밝혀야 경선 (결과에) 승복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영순(대전 대덕) 의원은 새로운미래 합류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하위 20%를 통보 받은 직후 탈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 입당설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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