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노인 비하’에 노인들 뿔났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08-02 14:05:53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에 노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라며 사과했으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최락도 민주당 전국노인위원장마저 김은경 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이적행위”라며 “혁신위가 당을 혁신하는 게 아니라 망조 들게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7월 30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열린 20·30세대 청년과 좌담회에서 과거 자녀와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 자기(자녀) 생각이었다”라며 "되게 합리적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 노인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노인회는 ‘노인 비하’ 당사자인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그에 동조한 양이원영 의원이 직접 찾아와 사과하지 않으면 민주당 규탄하는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노인회 조직을 활용하고 민주당사를 항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노인위원장도 “이재명 대표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 최락도 노인위원장은 “한국 사회는 어느새 1000만 노인 시대에 이르렀다. 지난 대선에서 노인표 때문에 정권을 내줬다. 60세 이상 지지율이 30.8%밖에 안 나온 탓에 0.73%포인트 차이로 진 것 아닌가. 다음 총선에서 만약 1000표 이하로 아쉽게 패배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건 노인 표를 못 얻어서 졌다고 봐야 한다. 노인을 이렇게 무시하고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나”라며 이같이 쏘아붙였다.


사실이다.


내년 총선 역시 민주당 인사들이 우습게 여기는 노인 표가 수도권 등 여야 접전지역에서는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야권 인사들의 노인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2004년 3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며 해명했지만, 대한노인회의 정계 은퇴 요구 시위로 결국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해야만 했다.


유시민 전 장관도 같은 해 11월 강연에서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죽어 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라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김용민 서울 노원갑 후보는 인터넷 방송에서 “시청역 계단을 하나로 만들고 엘리베이터 다 없애면 (노인들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시청을 오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던 사실이 알려져 낙선하고 말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2011년 부모님이 투표를 못 하게 여행을 보내드렸다는 트위터 메시지에 “진짜 효자”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쯤 되면 거의 습관적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여권 인사 가운데서도 ‘노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권에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지난 2019년 5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계의 사퇴요구에도 물러나지 않는 손학규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라고 말했다가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대체 왜 이런 ‘노인 비하’ 발언이 유독 정치권에서 많이 나오는 것일까?


여야 모두 그런 발언 전력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탓이다.


그래선 안 된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경륜 있는 노인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에 대해선 ‘공천배제’라는 초강수를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로부터 조롱당한 노인들이 선거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