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석열 압박 말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1-11-09 14:11:41

  주필 고하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컨벤션 효과를 확인시켜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에 이어 9일에도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두 자릿수 격차로 크게 앞선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성인 201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4자 대결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후보가 지난 조사(10월 4주) 대비 11.8%p 상승한 46.2%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후보는 34.2%로 윤 후보와의 격차는 12%p로 크게 벌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4.3%,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3.7%로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컨벤션 효과는 정당지지도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0.8%p 오른 43.6%로 2.7%p 하락한 더불어민주당(29.7%)과의 차이를 더 벌렸다.(이 조사의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윤 후보가 경선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무리하게 말을 갈아탈 이유가 없다. 경선 승리를 도운 캠프 내 전문가들과 정무적 판단을 도운 당내 인사들을 모두 내치고 특정인이 원하는 사람들로 모두 갈아치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단지 경선과정에서 아무 생각 없이 모여들어 말썽을 일으킨 몇몇 ‘파리 떼’만 제거하면 된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그가 전적으로 선대위를 구성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연일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물론 윤석열 후보는 그럴 생각이 없다.


실제로 윤 후보는 어제 최고위원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사실을 발표했다. 그간 경선 캠프의 실질적 좌장 역할을 했던 측근을 재기용하며 사실상 선대위 구성작업에 나선 것이다.


즉 경선 승리에 공을 세운 핵심 참모진을 유지하되 중도 확장을 위한 추가 인재 영입으로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리려는 윤 후보의 구상을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윤석열 후보가 후보 선출 이후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와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중앙선거대책위 인선을 고심 중인 윤 후보가 직접 김 교수 영입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출신인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 등을 지낸 대표적인 친노·비문 인사로 꼽힌다. 그가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등 중책을 맡으면 중도 표심을 끌어오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권’을 선결 조건으로 내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선대위 ‘원톱’ 자리를 맡는 조건으로 캠프 ‘물갈이’와 동시에 새로운 인적구성까지 자신이 직접 하겠다는 요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이 전날 ‘신동아 창간 90주년 특별기획-20대 대선을 말하다’ 행사에 참석해 “윤 후보가 당심에선 상당한 격차로 이겼지만, 일반 여론조사를 보면 11%포인트 가까이 차이로 졌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를 깨닫고 앞으로 본선을 위해 어떤 형태의 선대위 구성을 해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은 윤 후보가 권 의원을 비서실장을 임명하고 김병준 교수와 회동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느냐’라는 질문에 “선대위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하는 그림을 제시해야만 판단할 수 있다”라며 “내가 캠프에 모이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자리 사냥꾼’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제대로 선별하지 못하면 당선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당선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라고 답변했다. 본인에게 전반적으로 캠프 구성 결정권을 주지 않는 한 등판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왜 이처럼 독재적 발상인 ‘전권’을 고집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민주 정당에서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의 구상대로 캠프를 꾸려라.


사실 대통령 선거는 어디까지나 후보 중심으로 치러지는 게 맞다. 유권자들은 선대위원장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을 보면서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선대위원장이 후보 위에 군림하는 듯 보이면 ‘상왕(上王)’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고, 표만 깎아 먹을 뿐이다.


이준석 대표도 이제 윤 후보에게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라”며 압력을 가하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건 컨벤션 효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후보에게 찬물을 끼얹는 해당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언급한 ‘거간꾼’보다도 해악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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