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불씨된 캄보디아 사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나

송언석 “조현, 국감 답변, 현장과 심각한 차이...책임지고 사퇴해야”
이준석 “범죄 혐의자들 전세기 호송 자기 홍보, 한심” 與 김병주 겨냥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5-10-23 14:14:45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ㆍ감금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주 캄보디아 대사관 국정감사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3일 “(캄보디아)현장에서 확인한 이재명 정부 외교당국의 대응은 무능과 무책임 그 자체였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지적하고 나서면서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조지아주 사태에 이어 이번 (캄보디아)사태에서 이재명 정부는 ‘자국민 생명과 안전의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는 동안 8월 초 우리 대사관은 고문 사실이 담긴 첫 보고가 외교부 본부에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그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헀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현 외교부 장관의 국감 답변이 현장의 상황과 심각한 차이가 있었다“며 “지금도 사태를 관망하고만 있는 무능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서 책임지고,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해야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아울러 국감에서 위증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에 따르면 지난주 국감에서 조현 장관은 ‘사안의 심각성을 언제 인식했느냐’는 질문에 “지난주 정도”라면서 “그전에는 일반 사고로 전문 보고가 있다가 이런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최근”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교부의 영사안전국장은 “사망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았으며, 정보도 충분하지 않았다”, “첫 보고에는 ‘납치’라는 단어가 없었다” 등으로 답변, (당시의)늑장 대응 책임을 대사관의 부실보고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송 원내대표는 “하지만 (어제 국정감사에서 확인된)사체의 상태, 수집된 정보, 법의학 의사의 검안 소견에 따르면 피해자는 고문에 의한 심한 통증을 겪은 후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문이 이루어지고 있다’ 등의 심각한 보고가 이미 두달 전인 8월11일 대사관에서 외교부 본부에 전문으로 첫 보고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 전문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는지, 아니면 국민을 상대로 외교부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장에서 외교부의 해명과 현지 대사관에서 확인한 사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위증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아니라면 외교부의 관리ㆍ감독ㆍ보고 체계가 구조적으로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는 뜻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주요 대사들의 귀임 조치 이후 후임 대사를 임명하지 않아서 주캄보디아 대사 자리가 4개월째 공석 상태에 있다는 점”이라며 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주 캄보디아 대사 공석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사관의 한국인 사망 사건의 인지ㆍ보고ㆍ후속 조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올 8월까지 330건이 넘는 감금신고 사례가 대사관에 접수되었음에도 그 이후 사건 분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이 사태는 상당히 거대한 규모의 조직적 범죄로 파악되고 있고, 우리 국내 범죄조직과의 연계성도 의심되고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러한 조직적 범죄인 실행 주체가 누구인지, 현황 파악도 안 되는 상태로 손 놓고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 외교당국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서 캄보디아 정부의 고위층과의 긴밀한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명전권대사는 1급 상당이지만 현지의 대사대리는 4급 상당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캄보디아측 관계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대사직이 4개월째 공석이라는 점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라고 거듭 질타했다.


특히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외교부 고위 관계자, 나아가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가 나서서 캄보디아 고위층과 직접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현지 경찰 쪽에서도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데 지방경찰이나 실무자 선에서는 구조적인 이런 문제에 대해서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한다. 윗선에서 지시와 하명이 내려오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안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조현 외교부 장관, 또 대통령실에 최고위층에서 캄보디아 정부의 책임 있는 최고 당직자와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이 감금되거나 고문을 받고 있거나 큰 피해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구해낼 수 있는 가장 첩경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송 원내대표는 “유권구출 무권치사”라며 사건들에 대한 대사관의 대응 속도의 차이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8월8일 시신이 발견된 박 모 대학생 사망 사건의 경우 7월25일 신고가 접수된 후 보름이 지나도록 대사관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반면 8월6일 박찬대 의원이 요청한 사건은 불과 사흘 만인 8월9일 구조가 완료됐다”면서 “대사관 설명에 의하면 박찬대 의원이 요청한 사건의 경우에는 감금됐다고 하는 피해자가 위치를 알려줘 매뉴얼에 따라 구조가 가능했다고 설명하지만 윗선에서 강하게 압박을 하게 되면, 현지 경찰도 신속하게 움직여서 구조가 가능했다는 오히려 반증이 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ㆍ폭행ㆍ감금당해 목숨을 잃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명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혐의자를 영화 ‘범죄도시3’에서 온몸을 문신으로 덮은 극중 인물 ‘초롱이’에 빗대면서, ‘구출 작전’을 펼쳤다고 알린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을 겨냥해 “일부 정치인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 홍보를 위해 범죄혐의자들을 구출한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직격했다.


이어 “현장보다 카메라 앞에 먼저 서고, 마치 레커 유튜버처럼 흥분만 있고 책임은 없다. ‘군사 옵션’을 운운하며 쇼를 벌이고, 전세기 호송을 자랑하는 것이 국가 전략인가. 방향도 일관성도 없이 오직 선거용 소음만 남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더 이상 소위 ‘초롱이’라 불리는 범죄혐의자들을 대상으로 구출 쇼를 벌일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를 근절하려면, 다자외교의 틀에서 ASEAN과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국내로 송환된 범죄혐의자 중 다른 사람을 유인ㆍ납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법의 최고 수위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피해자 행세하며 돌아온 가해자들이 정의의 심판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병주 최고위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저를 보고 ‘야쿠자 문신한 조폭을 왜 구했냐’고 하더라”라며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말이냐”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맞고 협박당하고,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살고 있는 국민을 구하는 건 정치가 해야 할,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 의무”라며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신한, 죄가 의심되는 국민을 방치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처럼 ‘조폭을 왜 구했냐’라는 말을 배설하는 자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는, 혐오를 유포하는 모리배일 뿐이며 정파를 빙자한 악담이자 저주”라며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가 품격을 깎아 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민의힘 태도는 불을 끄는 소방관에게 ‘왜 물을 썼냐’고 삿대질하며 욕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라며 “국민을 구한 나라가 강한 나라라는 걸 모른다면 정치할 자격 없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장 자격으로 캄보디아를 찾은 김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모자이크 처리된 한 남성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청년 3명을 마침내 고국의 품으로 데려온다.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으로 구출 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이 교민 간담회에는 불참했고, ‘구출’됐다는 남성은 피의자에 가깝다는 등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교민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실제 교민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체류 한국인은 피해자ㆍ피의자ㆍ구금자ㆍ미확인자가 뒤섞인 상태다. 이미 단속ㆍ구금된 인원의 ‘송환’을 ‘구출’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조용한 접촉ㆍ신원 검증ㆍ수사 공조가 생명인 상황에서 김 의원이 공개적인 미담 홍보에 나서면서 피해자 안전과 수사ㆍ송환 절차가 위태로워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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