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제2의 추미애’ 되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8-04 14:15:45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
“의원들은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4일 취임 후 첫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뱉은 일성이다.
야당을 향해선 “끝장내겠다”라며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여당 의원들에겐 “입 닥치라”라며 함구령을 내린 셈이다.
서슬 퍼런 그의 행보가 어떤 ‘공포 정치’를 만들어 갈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최근엔 '내란 종식'이란 명분으로 국회 의결로 위헌 정당 해산심판 청구가 가능토록 하는 반헌법적 법안을 발의하며 '야당 말살' 시도까지 나섰던 인물이 앞으로 또 무슨 짓을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로 그는 이날 공개 최고위에 앞서 비공개 최고위에서 검찰·언론·사법개혁 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언론·사법개혁 특위 위원장엔 각각 민형배·최민희·백혜련 의원이 임명됐다.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장악한 집권 세력이 검찰은 물론 사법부와 ‘제4부’라 불리는 언론마저 장악하겠다는 사악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정 대표는 또 “내란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내란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걸리적거리는 소수 야당마저 없애 아예 ‘일당 독재’ 시대를 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민주당이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당’이었다면 앞으로의 민주당은 ‘정청래에 의한 정청래를 위한 정청래의 당’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재임 시절에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을 자행하면서 당을 일순간에 장악하고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게 된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정청래는 ‘보수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추미애 의원처럼 보수 정권의 탄생을 돕는 도우미, 즉 ‘제2의 추미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래의 꿈을 이루려면 "고약하고 추한 언어부터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 것은 그래서다.
정 대표가 미래권력을 꿈꾼다면 이제라도 고약하고 추한 언어가 아니라 여당 대표다운 책임과 무게, 원칙과 법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특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장동혁 의원은 "'내란'이란 말과 '내란 공범'이란 말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일 거라면, '줄탄핵'과 '줄특검'으로 계엄을 유발하고 정권을 찬탈한 주범인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교사범'"이라며 "이재명(대통령)과 정청래(대표) 그리고 민주당에게 계엄 유발의 책임을 묻겠다"고 천명했다.
김문수 후보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투게더포럼 시국토론회 '투쟁이 혁신이다'에 참석, 정청래 대표를 '극좌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미 대사관저의) 담을 타 넘고 들어가서 사과탄을 던지고 이런 사람이 극좌 테러리스트 아닌가. 저는 극좌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경우든지 악수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전날에는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청래 대표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첫 일성부터 망언"이라며 "거대 여당의 사령탑을 맡은 사람이 '야당과 손잡지 않겠다'라니. 이건 곧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이를 단순히 힘없는 야당의 비판으로 여기고 무시한다면 거센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국정 운영을 책임져야 할 집권당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야당처럼 투쟁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치열하게 투쟁해야 할 야당이 됐는데도 여전히 여당처럼 행동하고 있으니 가관이다.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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