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장동혁? 아, 장동혁!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7-10 14:18:44
오는 8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런저런 당내 인사들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그와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던 한동훈 전 당 대표, 혁신위원장직을 내던지고 당권 도전에 나선 안철수 의원, 김민석 국무총리 지명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에서 농성을 이어온 나경원 의원, 사사건건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던 조경태 의원 등이다.
이만하면 당내에서 당 대표로 나올만한 사람들은 다 거론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다.
10일 공개된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그들 가운데 ‘대표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라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누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이끌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한 결과, “김문수”라는 응답이 21.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안철수 13.1%, 한동훈 12.1%, 조경태 11.8%, 나경원 6.5% 순이다. 그나마 김문수가 20%대에 가까스로 오르긴 했으나 겨우 턱걸이를 한 수준이었고, 다른 주자들은 고작 10%대에 그치거나 아예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반면 “없다”라는 응답은 무려 25.9%에 달했다. 1위인 김문수 지지율보다도 높게 나온 것이다. 국민이 볼 때 현재 언론에서 거론되는 그들 모두가 당 대표감은 아니라는 뜻이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러면 국민이 기대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직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장동혁 의원을 주목한다.
계엄 정국 당시 친한동훈계 의원으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계엄령 선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로 달려가 계엄해제 투표에 찬성표를 던진 그가 탄핵 정국에선 "지금 탄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고 쉬운 선택일 수 있지만, 정치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라며 "탄핵만은 막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것을 보고 ‘어, 장동혁?’ 하고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만일 윤석열이 곧바로 파면되고,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준비 안 된 국민의힘에선 누가 나와도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윤석열 탄핵은 이재명에게 ‘꽃길’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승리했다. 그로 인해 그가 받던 재판은 모든 중단됐다. 이런 사태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당장 윤석열을 파면해선 안 된다고 호소한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는 이날 오전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 출연, "지금 당이 어려운 상황이고 당 대표로 나와 달라는 분들이 많아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라며 "당을 위해서 희생하고 제가 할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론을 따르지 못하거나 내부 총질을 계속하거나 하나가 되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라며 전혀 다른 차원의 인적 청산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그는 "다양한 목소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다른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반복적으로 내는 것은 내부 총소리다. 쓴소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공감한다. 당론이 결정되기 전에는 누구라도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치열한 과정을 거쳐 당론이 결정되면 비록 자신의 견해와 다르더라도 당의 일원으로서 그 당론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뒤에서 반복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내부 총질’을 하는 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패거리들을 청산하는 것이 인적 쇄신이라는 그의 견해에 동의한다. ‘어, 장동혁?’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여겨보다가 어느새 ‘아, 장동혁!’ 하고 무릎을 치게 됐다. 보기 드문 젊은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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