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기소라고? 그냥 웃는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3-05 14:19:09

  주필 고하승



이른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됐다.


이 사건은 이미 형사 재판이 진행됐던 사안이다. 비록 지금은 사법부가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을 연기했으나 언젠가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 내일 당장이라도 판사가 재판재개를 선언하면 피할 수 없다.


대북송금은 매우 중대한 범죄다. 이 대통령의 5개 재판 가운데 가장 무거운 범죄로 기소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징역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범으로 지목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야릇한 일이 벌어졌다.


법무부가 이 사건과 무관한 특별점검팀 조사 자료를 좌파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그걸 받아서 이상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걸 가지고 ‘조작 기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집권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을 향해 공소를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모든 게 절묘하게 돌아간다.


실제로 법무부는 최근 특별점검팀 조사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했다.


그러자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은 지난 4일 이 자료를 근거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23년 3월경 구치소 접견과정 중 지인에게 "(쌍방울이) 이재명에게 돈 준 사실 없다"라며 "이재명이 말도 안 되는 것들에 엮였다"라고 직접 털어놓는 녹취 내용을 법무부가 '대북송금 수사 감찰' 과정에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수원지방검찰청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관련자들을 회유 압박해 이재명 대통령을 엮어 기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부각했다.


이건 코미디다.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사실은 ‘북한에 준 돈이 어떤 명목이었느냐’하는 것이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이 돈을 주었는지 안 주었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박상용 검사 역시 “대북송금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를 질문한 사실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 검사는 “만일 기사의 주장대로 조작 수사의 정황이 명백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서울고검의 수사 시에 피의사실로 입건되거나 조사가 되었을 것인데, 그런 사실은 전혀 없었다”라면서 “김성태 전 회장의 말은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관련된 언급이 아니므로 허위 보도가 명백하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보도를 자신의 X(구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검찰이 수사 기소권을 남용해 증거조작과 사건 조작을 하는 것은 일반 범죄자의 강도,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위원장인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치검찰의 사건 조작은 강도 살인보다 더 나쁜 국가적 범죄"라며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국가 권력으로 사람을 죽이려 한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가짜 진술로 쌓아 올린 모래성 같은 공소는 즉각 취소돼야 마땅하다"라고 공소 취소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2일 '조작 기소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고 다음 달 중으로 국정조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법무부가 무단으로 자료를 유출하고, 좌파 언론이 그걸 살짝 비틀어 이상야릇한 조작 기소 의혹을 제기하고 피고인인 대통령이 그걸 ‘조작 기소’로 단정하고, 민주당은 재빠르게 공소 취소를 압박하는 이런 현상이 모두 우연의 일치일까?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모든 게 너무나도 신속하다. 피고인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엉망이 되어 가는 것을 보면 이번 사태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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