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해양 인수 지연··· 국가손실로 이어지나?
여영준 기자
yyj@siminilbo.co.kr | 2023-04-06 14:23:45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해외 다수 국가에서도 승인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오히려 국내에서 자국 기업의 반대로 공정위 승인이 지체되면서다.
결국 국내 기업간 공정한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킬수 있지만 도를 넘어선 이기주의는 반대로 특정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해 12월 19일 한화가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하자 같은달 29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모두 4회에 걸쳐 이의를 제기했다.
HD현대의 주장은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그룹 내 방산 계열사들이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기술 정보도 차별적으로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대형 함정 발주를 앞두고 조선사간 수주 경쟁으로 인한 것이란 분석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방산 관계자들은 "함정 부품이 민간기업이 아닌 방위사업청에 관급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가격이나 거래 조건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이라며 "도급계약시 부품 업체가 민간기업에 차별적으로 견적을 제공하는 경우 입찰평가시 방사청에서 인지하기 때문에 가격 차별은 실제 이뤄지는 것이 불가능"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매각 당사자인 산업은행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최종 수요자로 기술, 가격 등이 강력히 관리되는 방산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경쟁사가 제시한 저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 HD현대가 대우조선과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업결함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이같은 판단에서 비롯된 것.
결국 한화의 대우조선과 기업결합이 늦춰질수록 올해와 내년 사이에 대형 함정사업 발주에서 HD현대가 입찰에서 유리하게 작용된다는 점이다.
HD현대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결론난 선고에 대한 판결문 열람 불가 조치가 HD현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울산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11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중공업 간부 직원 A씨 등 전·현직 9명에게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군 관계자 등과 공모해 2012년 9월부터 2015년까지 특수침투정 개념 설계도, KDDX 사업 관련 문서 등 군사기밀을 복사, 촬영한 후 회사 내부 서버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20년 2월 검찰에 송치됐지만, 같은해 8월 총 7조원 규모에 달하는 KDDX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는 HD현대에게 돌아갔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0.056점 차이로 떨어졌지만 현대중공업이 수주를 위해 설계도를 훔쳤다며 방사청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지만 법원이 현대중공업이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KDDX 기본설계 입찰에 활용했는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며 기각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현대중공업 직원들에 대한 1심 유죄 판결과 관련해 “후속조치를 검토하기 위해 해당 판결문을 울산지법에 요청했지만 판결 당사자의 공개제한 신청에 따라 판결문 제공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판결문을 볼 수 없어 입찰참가제한 등의 제재를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판결문을 확보해 KDDX 사업과 HD현대의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판결문 열람을 제한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사건의 판결문 열람제한은 직원(피고인)들이 신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 한 문제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골든타임 놓칠 경우 국가 경쟁력 저하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2010년대까지만 다양한 대형 구축함을 건조하는 등 수상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잇딴 매각 실패와 경영 악화 장기화로 수주 경쟁에서 HD현대 등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당초 대우조선에 대한 인수를 추진하면서 특수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
올해 1분기 내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대형 크레인 도입과 도크 보수, 각종 의장작업을 위한 샵 증축 등 특수선 건조시설 현대화 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화의 대우조선에 대한 투자와 이를 통한 사업 본격화가 어려워지면 오는 5월에 발주되는 8000억원 규모의 충남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또한 하반기 1조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KSS-III Batch-II) 3번함 건조 사업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수주도 장담 못한다.
결국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지연될수록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도 늦어질수밖에 없어 결국 국가 경쟁력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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