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3-27 14:25:1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2심에서 1심 의원직 상실형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자 여권에선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그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이 2심에서 무죄가 나올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2심 판결이 3심인 대법원에서 변경(파기환송)될 확률보다도 훨씬 더 낮다.
그런데도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이재명 대표에게 항소심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 대법원에서 항소심 결과가 다시 뒤집힐 수도 있지 않을까?
확률적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형사 항소심 판결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심 집행유예 사건 중 항소심에서 원심 형량이 유지되는 비율은 약 69.3%다. 10건 중 3건(30.7%)은 2심에서 원심판결이 변경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3건 중 2건(19%)은 검사의 항소가 받아들여져 형량이 늘어난 경우고 나머지 1건 정도(11.7%)만이 감형됐을 뿐이다.
특히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힐 확률은 고작 1.7%에 그쳤다.
이재명 대표의 항소심 판결이 바로 그 1.7%에 해당하는 아주 드문 경우다.
그러면 2심 판결이 3심인 대법원에서 뒤집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난 3년간 2심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이 대법원에서 변경된 비율은 평균 2.5%다.
역시 확률적으로 매우 낮기는 하지만, 징역형 1심 판결이 무죄로 뒤집히는 확률보다는 20% 이상 더 높다.
확률적으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되거나 ‘파기 자판’으로 항소심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사실 확률적인 측면보다도 이것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항소심 판결문이 너무나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재명 대표에게 무죄를 주기 위해 판사들이 창의적인 논리를 개발했다며 노벨상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필자도 동의한다. 유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판사들이 동원한 기괴한 논리들은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발하고 창조적이다.
그런 식이라면 지금까지 허위 사실 유포죄로 직을 상실한 사람들이 모두 재심을 청구해도 법원은 할 말이 없게 된다. 특히 각종 선거 때마다 온갖 거짓이 난무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선주자가 선거에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라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힌 것은 그런 연유다.
사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무죄라는 것을 입증해 주기 위해,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재판부가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한눈에 느껴질 정도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골프 사진을 확대했을 뿐인데 조작이라고 판단한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재명이 김문기 씨와 함께 골프를 쳤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골프 친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함께 찍은 사진을 확대해 제시했는데 이 대표는 ‘그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국민은 당시 ‘골프를 안 쳤는데 조작된 사진으로 마치 이 대표가 김문기 씨와 골프 친 것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국민이 그렇게 이재명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사진을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규정하고 이를 무죄의 이유로 삼았으니 이 얼마나 황당한 노릇인가.
백현동 인허가에 대한 국토부의 협박 발언은 거짓말이 아니라 과장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는 논리도 기괴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대법원이 2.5%의 확률을 뚫고 원심을 파기 환송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 아직은 정의구현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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