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에게 ‘팽’ 당한 김병기의 업보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6-01-14 14:25:11

  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아 든 김병기 의원이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뭔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은 대부분 그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발생한 것들로, 전현직 구의원 여럿이 연루되어 있다. 아내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인 유용 의혹, 2020년 총선 직전 구의원 2명이 건넸다는 3000만 원 공천헌금 의혹 등이 주요 쟁점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쿠팡 오찬 논란'과 '대한항공 고가 호텔 숙박권 찬조 논란' 등이 불거지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김경 당시 서울시의원 후보자로부터 1억 원의 공 헌금을 수수한 사실을 묵인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2024년 아내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가 내사 종결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차남 편입학 및 취업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이런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갈 거란 우려가 당내에 퍼지면서 그에 대한 '엄중 조치' 요구는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윤리심판원이 그의 ‘제명’을 의결했다.


사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탈당하는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즉각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자신을 향한 탈당 여론이 들끓고, 지도부가 '비상징계'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버티겠다는 뜻을 거듭 천명한 셈이다.


정말 기이한 현상이다.


재심에서도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이 유지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그는 무얼 믿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일까?


그가 믿는 것은 의원총회다.


윤리심판원이 재심에서도 제명을 결정한다면, 이후 최고위원회의 보고를 거쳐 의원총회에서 그의 제명 안건을 다루게 된다.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김 의원은 당적을 박탈당하고 강제 출당된다.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은 총 163명으로, 김 의원 제명 의결을 위해선 82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원내대표를 지낸 그는 민주당 의원들의 개인 비리를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휴대전화에는 그런 비밀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 이야기도 들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걸 믿는 모양이다.


사실 의총에서 그가 보는 앞에서 제명 안건에 찬성할 수 있는 의원은 몇 안 될 것이다. 뭔가 켕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그의 ‘제명’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면 그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의원총회에 가기 전에 그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김병기 사건 수사에 늑장을 부리던 경찰이 14일 갑자기 전방위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은 그에게 항복하라는 메시지를 준 셈이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김 의원의 혐의는 총 13개에 달한다. 김 의원 관련 고발 사건만 24건이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김 의원 주거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김 의원 차남이 거주하는 동작구 대방동의 한 아파트에도 수사관을 보냈다. 차남은 아버지 김 의원의 영향력을 통해 숭실대에 특혜 편입을 했고, 이후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취업하는 과정에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가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지금쯤 그는 ‘토사구팽(兔死狗烹)’이라는 사자성어를 곱씹으며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이재명 대통령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필귀정이다. 김 의원은 누구를 원망하기에 앞서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을 주도한 자신의 업보나 되돌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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