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지우지 현지’의 진실은 무엇인가?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12-03 14:28:13

  주필 고하승



그동안 세간에선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대통령 실세’라는 말들이 나돌았다.


김 실장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연루 의혹, 이화영 변호인 교체 개입 의혹, 산림청장 인사 관여 의혹, 백현동 아파트 및 경기도 법인카드 수사 관련 증거 인멸 지시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막후에서 해결사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강훈식이지만 진짜 실세는 김현지’라는 말들이 나왔겠는가.


물론 강훈식 비서실장은 이런 말들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당시 “내가 실세”라고 큰소리쳤지만 공허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강 실장을 가리켜 ‘실세 호소인’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짜 실세가 ‘김현지’이거나 적어도 강훈식 실장보다 낮은 위치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문진석 의원과 대통령실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 간 문자 메시지가 2일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


문자에는 홍성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를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문진석 의원이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하니까, 아우가 좀 추천해 줘 봐”라고 요청했고, 이에 김남국 비서관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이에 문 의원은 "맞아 잘 살펴줘^^"라고 했다.


한마디로 여당 원내지도부 일원으로부터 받은 인사청탁을 김 비서관이 강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고, 문 의원은 “그게 맞다”라고 맞장구를 친 셈이다.


이상하다.


강훈식은 비서실장이니까 그런다고 해도 김현지 실장은 인사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사람인데도 왜 그에게 추천해야만 하는 것일까?


혹시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김현지를 중심으로 줄 세우는 인사 구조가 대통령실 내부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세 김현지에게 줄을 대야만 인사가 성사되는 구조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권력형 비리이고 ‘국정농단’이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에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김 실장을 총무비서관에서 다급하게 제1부속실장으로 인사 발령을 내는 등 온갖 무리수를 둔 것이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김현지 지키기'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번 문자 사태를 바라보는 누리꾼들의 반응은 더욱 심각하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진정한 비선 실세", "김현지가 실세가 맞나 보네", "현지 누나?", "현지 누나는 누굽니까?", "현지 누나한테 인사 청탁하기", "국정을 동아리 운영처럼 하네", "털릴까 봐 전부 텔레그램 쓰네"라는 등의 비난성 댓글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3일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라고 공지하는 것으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즉 김남국 비서관에게 ‘엄중 경고’를 했다는 것인데 이게 이렇게 경고로 끝날 사안인가.


아니다.


이번 문자 사건은 대통령실 내부의 비공식 라인이 실제 인사에 개입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어쩌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처럼 이재명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김현지 실장은 비선 실세를 넘어,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서 문고리를 틀어쥐고 대놓고 권력을 휘두르는 '앞선 실세'일지도 모른다.


이런 의구심을 풀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엄중 수사를 하겠다면서 인력과 예산을 늘린 공수처는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국정조사나 특검과는 별도로 자체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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