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위험해질 때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6-07-06 14:29:24

  법무부 서울남부보호관찰소 보호주사보 김진미


우리 사회에는 오랫동안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십 년이면 돌도 녹는다”와 같은 말이 널리 사용되어 왔다. 한때는 이러한 행동이 끈기 있는 구애나 열정적인 사랑의 표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법과 사회 기준에서 보면 이러한 생각은 위험한 오해가 될 수 있다.


2021년「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접근하거나 연락하거나 기다리는 행위를 반복해 상대방에게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하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다.


필자가 법무부 준법지원센터에서 스토킹 치료강의를 집행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스토킹이 이렇게 넓은 의미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중주차 문제로 욕설하며 차량 이동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다가 처벌되고, 업무로 감정이 상하여 동료 소유 차량 손잡이에 여러 차례 오물을 묻혔다가 수강명령 처분이 된 경우도 있었다. 수강명령 이행 중 과거 행동을 돌아보며 뒤늦게 잘못을 깨닫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교육 후 제출하는 소감문에는 “스토킹의 개념을 정확히 알았다면 잘못하지 않았을 것이다”는 후회의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토킹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뒤따라 다니는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법에서 말하는 스토킹의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특정한 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연인 사이뿐 아니라 이웃, 직장 동료, 채권 관계 등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수강명령 교육생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층간 소음 문제로 화를 참지 못해 천장을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방식으로 스토킹을 한 경우도 많았고, 월세를 미납한 세입자에게 하루 2회씩 장기간 반복적으로 월세 납부를 문자로 독촉하는 행위를 한 끝에 처벌된 경우도 있었다.


원하지 않는 선물을 계속 보내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꽃이나 음식, 택배를 반복적으로 보내거나 집 앞에 두고 가는 행동은 당사자에게는 호의의 표현일 수 있지만,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이러한 행동이 계속된다면 상대방에게는 부담과 두려움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반복적으로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고, 차단 이후 다른 계정을 만들어 계속 연락을 시도하는 행동 역시 스토킹으로 평가될 수 있다. 직접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강명령 집행 중 어떤 교육생들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을 해칠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는 반드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기준은 행위자의 의도보다 피해자가 실제로 느끼는 공포와 불안이다.


사람 사이의 감정과 갈등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더 이상 연락이나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좋아하는 마음이든, 억울함이든, 권리 주장 때문이든 상대방의 거부 의사를 무시한 채 반복적으로 접촉하는 행동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거절 의사를 확인하면 더 이상의 접촉은 삼가고, 분쟁이 있다면 법적 절차, 조정 제도 등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스토킹은 특별한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가 아니라 일상에서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하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범죄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모든 일상생활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위험해졌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생긴 것이다. 바로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스토킹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은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의 일원으로서 필자의 이 짧은 글이 스토킹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우리 사회에서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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