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게 묻는다…2선 후퇴 용의 있나?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2-25 14:29:56

  주필 고하승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


한동훈은 오는 26일 출간하는 저서 ‘국민이 먼저다’에서 “어떤 경우에도 이재명 정권이 탄생해서는 안 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맞다. 이재명에 대한 한동훈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입법부를 장악한 이재명이 행정부까지 장악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여의도 권력으로 탄핵을 29차례나 남발한 그가, 행정부를 장악한 후에 재판을 중지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란 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은 다수의석을 점유한 민주당이 해제할 수 있었지만, 이재명이 계엄을 선포하면 소수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해제할 힘이 없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재명 정권이 탄생하는 걸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한동훈은 정작 이재명의 손을 잡고 윤석열 탄핵에 앞장섰다.


한동훈은 그 이유에 대해 “인간적인 괴로움이 컸지만, 정치인에겐 늘 국민이 먼저이기 때문에 사적 인연보다 공공선을 앞에 둘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이 정치인을 지키는 게 아니라, 정치인이 국민을 지켜야 한다’는 약속 때문이었다”라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의 계엄해제와 대통령 탄핵 결정은 모두 ‘국민’을 위한 결단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가관이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야 차기 대권 주자들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만일 윤 대통령이 파면되고,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경우, 준비 안 된 여권에선 누가 나와도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은 이재명에게 꽃길이라는 소리가 나왔었다.


결과적으로 한동훈의 선택, 즉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것은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할 위험성이 대단히 큰 것이었다.


그가 밝힌 대로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과연 국민을 우선한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장동혁 의원이 "지금 탄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고 쉬운 선택일 수 있지만, 정치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라며 "탄핵만은 막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한동훈 그대가 ‘가장 위험한 인물’로 지목한 이재명이 정권을 잡을 위험성이 있으니, 그걸 막아야 한다는 호소 아니었겠는가.


그런데도 탄핵을 밀어붙였다. 그래 놓고 이제는 “이재명 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서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라는 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유승민 전 의원이 입만 열면 “탄핵의 강을 건너자”라고 했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보수 진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사실상 정치 낭인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동훈 역시 유승민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일 헌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그로 인해 조기 대선을 치러 이재명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면 한동훈을 향한 보수 진영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게 될 것이다.


유승민을 향해 ‘배신자’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그보다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은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저지하고 보수 정권의 탄생을 위해 기꺼이 백의종군하는 것이다.


스스로 여당의 대권 주자가 되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마치 자신의 대권 야욕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가세한 것이란 의구심이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보수 진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동훈에게 묻겠다.


지금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말 국민이 우선이라면, 그래서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2선으로 물러서라. 그대는 2선으로 후퇴할 용의가 있는가.


이 물음은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정치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책임지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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