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재난 대응의 중심에서 ‘K-소방’의 신뢰를 외치다

시민일보

siminilbo@siminilbo.co.kr | 2025-11-26 14:29:09

  인천 검단소방서 119구조대 최수용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SGFPC(Singapore Global Firefighters & Paramedics Challenge)에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의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19개국 구조대원들이 모인 국제무대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 뒤에는 막연한 긴장감이 공존했다.

혹여나 우리 팀의 실력이 세계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는 않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걱정이 ‘자부심’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착 후 이어진 각국 구조대원들과의 만남과 훈련은 우리 KDRT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계기였다. 특히 2일 차 ‘Ex Global Response’ 시나리오 훈련은 결정적이었다. ASR 3 등급의 복합 구조 상황에서 우리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현장을 리딩했고 주최 측 역시 우리에게 안전 책임관 역할을 기대했다.

언어의 장벽과 낯선 환경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지휘하고 기술을 전수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구조대의 역량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높은 위치는 우월감이 아닌 겸손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국제적인 등급 분류에서 최상위인 헤비(Heavy) 팀의 일원으로서 아직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다른 국가 팀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훈련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기본과 첨단의 공존이었다.

메타(Meta) 사의 VR 기기를 활용해 쇼어링(구조물 안정화) 기초를 학습하는 과정은 매우 효율적이었고, 실제 재난 현장 대응 체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반면 실제 폐차를 절단하고 진입 경로를 확보하는 ‘Rip-It-Off’ 훈련과 극한의 체력ㆍ멘탈 싸움인 ‘Braveheart’ 경연은 처절한 현실이었다.

장비와 숙련도의 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에서 우리 팀은 매뉴얼에 입각해 차량 안정화부터 절단면 마감까지 빈틈없이 수행해 냈다.


결국 화려한 기술보다 탄탄한 기본기가 실전 대응력의 핵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3일간의 일정 중 가장 가슴 뜨거웠던 순간은 국제 심판관들과 타국 대원들에게 “한국 구조대는 믿음직하다”는 평가를 들었을 때였다.

이는 단순한 구조 기술을 넘어 우리가 보여준 태도와 팀워크 덕분이었다.

국적과 언어가 달라도 땀 흘리며 손짓, 발짓으로 서로를 격려했던 시간은 나에게 글로벌 소방관으로서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출전이 남긴 과제를 되새겼다.

첫째, 운영과 현장의 경계를 허무는 ‘올라운더’로의 성장이다.

구조 기술뿐만 아니라 운영반의 정보 처리와 물류 흐름까지 이해해야 실제 재난 현장에서 유기적인 팀워크가 가능하다.

둘째, 겸손한 리더십이다. 우리의 기술을 명확하고 친절하게 공유하며 동료 국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디테일한 실전 훈련의 강화다. 경연의 압박감을 실제 현장의 스트레스로 치환하여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이번 SGFPC 첫 출전은 나에게 자부심이라는 훈장과 성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대한민국 소방관이라는 이름이 세계 어디서든 ‘신뢰’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오늘의 경험을 현장에 녹여내어 더 단단한 구조대원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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