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당 윤리위에 회부 하라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8-11 14:30:58

  주필 고하승



12·3 비상계엄 관련 국회 계엄해제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내란사건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당내에 내란 동조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전당대회를 앞두고 표를 얻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래도 한솥밥을 먹는 같은 당 식구인데 설마 경쟁자들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낙인 찍는 그런 말을 했을까, 아닐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라며 "당내에 내란 동조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윤어게인'을 아직도 주창하는 그런 세력이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금은 내란 세력과 전쟁 중”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과연 국민의힘 당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더구나 야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여당 프레임에 동조하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주진우 의원이 "난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했지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곧 내란범이라는 민주당식 프레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라며 조 의원의 발언에 유감을 표한 것은 그래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계엄해제 의결정족수인 150명은 진즉에 넘긴 상태였다.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충분히 해제를 의결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표결을 방해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소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표결을 막을 방법도 전무했다. 그런데 어떻게 내란에 동조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조경태 의원은 "저는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여기에 대한 진실을 제가 알고 있는 범위, 그리고 경험한 부분을 소상히 말씀드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라고 전했다.


마치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떠벌리지만, 사실 여당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특검에 야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출석해 조사에 응한 것 자체부터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다.


여당이 지명한 특검은 편향적이기 때문에 이용만 당할 게 뻔하다. 정무적으로 그런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야당 대표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특검에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마저 참고인 출석을 요청하는 특검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특검이 본질을 잃고 정권의 앞잡이가 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짓밟고 있다"라며 불응한 것과도 비교된다.


당시 특검팀은 안 의원의 출석 거부에 대해 "참고인 조사는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 조사고, 출석 여부는 순전히 본인 의사에 달려있다"라며 안 의원을 다시 부르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임의 수사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겨 진행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조경태 의원이 굳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출석을 자청하고 동네 꼬마들이 고자질하듯이 그것도 존재하지도 않는 당내 내란 세력을 거론하면서 “당내에 내란 동조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라고 떠벌렸으니 과연 한솥밥을 먹는 당원이 맡는지 의심스럽다.


이건 심각한 해당 행위로 당 윤리위원회는 이를 묵과해선 안 된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장에서 소란을 일으킨 전한길 씨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가 신속하고 엄중하게 결론을 내려줄 것을 이날 요청했는데, 전 씨와 함께 조 의원도 윤리위에 회부 해야 한다.


전대에서 소란을 피운 전 씨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몸담은 당을 ‘내란 동조 정당’으로 낙인찍은 조 의원의 행태가 더 심각한 해당 행위 아니겠는가.


아무리 당권 주자라고 해도 이런 발언을 징계하지 않고 넘어가면 당 윤리위는 존재 이유가 없다. 조 의원에 대해선 즉각 당 대표 후보직을 박탈하고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 해 그에 합당한 징계로 당의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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