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의 ‘똠방각하’ 완장 질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5-08-13 14:31:59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보면 최기인 씨의 소설 ‘똠방각하’가 떠올라 씁쓸하기 그지없다.
주어진 직책을 완장에 새겨 팔뚝에 차고 마치 대단한 능력이나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주인공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결국 동네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고 내쳐진다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정청래 대표의 모습을 닮았다.
실제로 정 대표는 집권당 대표 완장을 차고선 범여권 성향의 야 4당 대표들만 만나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아예 찾지 않았다. 집권당 대표는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미우나 고우나 협치 차원에서 야당을 만나러 가는 관행을 깨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완장 질을 한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춘석 의원이 몰래 차명 주식 거래를 하다가 국회 법사위원장직이 날아가니까 추미애 의원을 그 자리에 앉히는 걸 자신이 전광석화처럼 해치웠다고 SNS에 올렸다. 그러나 상임위원장 선임은 당 대표의 몫이 아니라 원내대표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당 대표 완장을 찬 정청래의 월권도 아닌 폭주가 이어진 셈이다.
그러다 보니 12일에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날 국회에서는 민주당 원로들인 상임고문단을 초청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정청래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아직 내란이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정상화할 길은 멀고 험하다"라면서 강경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당을 지켜오신 우리 고문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민주당의 어른인 상임고문단이 정청래 대표에게 집권 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쓴소리를 한 것.
실제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데 공감한다”라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권 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당원이 아닌 국민의 뜻을 어떻게 수렴하고 받들 것인가의 노력도 함께해야 하고 당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도 존중받고 함께하는 정당으로 발전해야 우리 대한민국이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과한 것이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특히 이용득 상임고문은 "내란 세력과 악수하지 않겠다"는 정 대표의 취임 일성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인 "국익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라는 발언을 인용하며 여야 협치를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 대표 견제에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대통령이 정청래 당 대표와 만찬 자리에 경선 맞수였던 박찬대 의원을 함께 부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 대표와의 만찬을 독대가 아니라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을 함께 부른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 대표에게 ‘독상’을 차려주기 싫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특히 그 자리에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함께 부른 것은 현재 권력은 이재명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똠방각하’처럼 완장 질을 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하지만 이미 완장 질에 재미를 붙인 정청래 대표가 이런 경고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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