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다음 ‘여론조작 의혹’ 무방비 상태에 정치적 폭력 가해”

전용혁 기자

dra@siminilbo.co.kr | 2023-10-05 14:38:39

윤희석 “선거 결과에 영향 미치면 테러하고 다를 바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한 대응’ 비판의 목소리도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조작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양상이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한중전이 열린 지난 1일 다음에서 연 응원 이벤트에 ‘중국 응원 91%’가 집계됐는데,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반국가 세력에 의한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여론조작 방지 TF 구성을 지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두고 ‘과민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5일 오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무방비 상태에 있는 불특정한 국민에게 원칙 없는 정치적 폭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선거 과정에서 여론 흐름을 호도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테러하고 다를 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그리고 우리는 지난 2017년 대선 때 있었던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관련된 트라우마를 아직도 갖고 있다”며 “스포츠 경기 응원 클릭 가지고 왜 정치 영역에서 이러느냐 하는데 중요한 본질은 북한이든 중국이든 그런 세력이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실제 여론과 다른 허위의 상황이 거대 포털에서 구현이 가능하다, 그 허술함이 불러올 엄청난 후폭풍을 미리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게 정말 반국가 세력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선거나 정치적인 여론 흐름을 바꾸기 위해 그런 가상 연습을 한다는 것이라면 더 문제”라며 “제일 본질적인 건 누가 장난으로 했든 의도를 갖고 했든 여론의 조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민 대응’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누가 장난했을 수도 있지만 그걸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며 “누가 정말로 클릭 숫자가 그렇게 나오게 했는지 수사의 영역으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포털 길들이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포털이 짐승도 아니고 뭘 길들이나. 요즘 그런 말이 통하는가”라며 “그런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 상황을 여야의 어떤 정치 대립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공히 문제의식을 갖고 같이 협력해서 뭔가 여론조작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나가야지, 국민의힘에서는 왜 그래? 민주당은 안 그러는데, 이렇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한편 이번 논란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에 보안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반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안전문가인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매크로라는 걸 활용해서 클릭수 조작행위가 있었던 건 사실인 것 같지만 그것 자체를 국기문란, 여론조작으로 직접 연결시키는 건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어떤 포털사이트에서는 댓글도 있고 이번에 클릭응원 같이 ‘누가 이길까’ 하는 단순히 클릭하는 것도 있고 여러 형태의 자기 의견을 표시하는 곳들이 있는데 모든 것에 대해 모든 매크로 공격을 다 막으라고 얘기하는 건 사실 가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일단 매크로라고 하는 것을 100% 막는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해킹을 100% 막겠다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며 “매크로 방지 기술이라는 게 나오면 그냥 기존의 매크로 기법을 어렵게 하는 것이지 모든 매크로를 다 차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로그인이 필수다, 아니다를 가지고 많이 얘기하는데 지금 다음의 경우에는 실제로 댓글을 달려면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클릭 응원에는 로그인을 넣지 않았다”라며 “여러 서비스에서 다양한 기법들을 ‘우리가 판단하기에 이건 이 정도면 될 것 같다’고 하는 건 개발자와 사업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지금 공개된 자료로 판단하긴 어려운데 시나리오를 쓰자면 차이나 게이트 얘기가 나오니까 중국에서 장난질을 쳤을 수도 있고 북한에서 했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 한국에 사는 개인이 중국 사람인 것처럼 위장해서 일부러 IP 주소를 속여서 할 수도 있는 것인데 굉장히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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