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수박 깨기'에 친文 '李사퇴 청원' 맞불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3-03-06 14:41:53
민주, 李체포안 부결후 내홍 심각...李 "중단 촉구"도 안 먹혀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로 본격 표출된 당내 갈등이 친명(친이재명) 지지자와 친문(친문재인) 지지자 간 싸움으로 번지는 등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6일 “이 대표와 지도부가 직접 나서 내부 공격 중단을 촉구했음에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개딸(개혁의 딸)' 측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처단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영구제명을 요구하는 청원을 하자 친문 지지층도 이 대표의 사퇴와 출당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앞서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8일 게시된 이낙연 전 대표 영구제명을 주장하는 청원은 게시된 지 3일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5일 기준 6만8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 명단을 공개하자는 청원에는 지난 5일 기준 3만99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7일 올라와 종료까지는 23일이란 시간이 남아있어 답변 기준 요건인 5만명 달성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맞서 친문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 3일 '이재명 당대표 사퇴 및 출당, 제명을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됐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까지 3000명이 넘는 권리당원이 동의했다.
이는 소위 개딸로 통하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비명계 의원들을 겨냥한 '수박 깨기' 집회를 개최하고, 이 전 대표 영구제명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하자 친문 지지 세력이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인 4일엔 "이재명 대표의 사퇴, 제명 및 출당을 청원한 세력들의 당원 영구제명 및 출당을 청원한다"는 글이 등록됐다. 게시자는 앞선 청원 게시자에 대해 "스스로 권리당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상식을 되찾고 싶어 하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거지의 삶’이라고 모욕하며 거짓말쟁이와 민주주의를 포기한 공산주의자, 주사파로 매도하는 일은 감히 할 수가 없다"며 "또한 조작된 진실과 사라진 정의, 타락한 검찰과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당대표를 음해하는 사람은 민주당 당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도 같은 시간 기준 약 1900명이 동의했다.
일각에서는 당이 특정 지지 세력에 의한 당내 갈등의 확대 재생산을 막을 의지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부결 후 사흘간 1만4000명이 넘게 입당했다"라며 강성 지지층의 '입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 당원 의견 반영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이 같은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체포동의안 집단 이탈표로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내년 총선 공천이 얽힌 혁신안에 친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기면서 더 큰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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