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강서’에서 기사회생? 끔찍하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 2023-10-04 14:41:37

  주필 고하승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판이 커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하면서 ‘서울시장 선거’급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나 기초자치단체장 한 사람을 뽑는 선거에 불과하다.


기초자치단체는 2023년 현재 전국에 226개(75개 자치시, 82개 자치군, 69개 자치구)가 있다. 그 가운데 고작 한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의 단체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아니면 선거가 있는지조차 모르게 지나가는 게 정상일 것이다. 특히 여당은 의도적으로라도 그런 선거가 되도록 판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귀책사유를 들어 국민의힘 ‘무공천’을 주장한 이유다.


더구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수도권에선 아무리 그것을 ‘공익 제보자’로 포장해도 ‘귀책사유’의 벽을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귀책사유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가 완패한 것을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여당 지도부가 오만하거나 무능한 것이다.


사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았더라면,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내든 서울 강서구민들만 관심을 가질 뿐, 대다수 국민은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22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한 사람을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한 지역선거로 끝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면 여야 당 지도부가 마치 '총선 전초전'이라도 되는 듯, 사활을 걸고 나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무리하게 후보를 낸 탓에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로 받아들여지게 됐고, 특히 이재명 대표에게는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강서구청장 선거 지원에 나서며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를 '총선 전초전'으로 보고, 여기에서 승리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적 상황은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이은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여야 대치가 격렬해지면서다. 민주당은 영장기각 이후 이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를 주장하며 이번 보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은 그런 속셈이다.


비록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는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무수히 많은 범죄 의혹을 받는 피의자다. 여당의 공천은 그런 사람에게 정국 주도권을 내어줄지도 모르는 멍청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특히 민주당이 경찰청 차장 출신인 진교훈 후보를 내자 이에 맞서 여당이 김태우 후보를 낸 것은 민주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끌려가는 대단히 잘못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에 대해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당 대표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전적으로 귀책사유 무공천 방침을 뒤집은 김기현 당 대표가 져야 한다. 설사 용산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더라도 당 대표라면 용산을 설득해서라도 바른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어쨌거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를 냈고, 이미 '총선 전초전'이 되어 버린 사태를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게 됐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하라. 당 지도부는 이전 선거에서 패배하면 총사퇴한다는 각오로 한표 한표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져라. 어떤 경우든 범죄 피의자에게 기사회생의 길을 열어주는 선거가 되어선 안 된다. 하물며 피의자가 정국 주도권을 쥐는 선거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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