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정진석, 연일 거친 공방전 이어가며 '티격태격'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2-06-09 14:42:18

丁 “공개 위협으로 당 언로 막아...3김 시절에도 없던 일"
李 “1년 내내 흔들어놓고 무슨 싸가질 논하나...상습적”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당내 중진 정진석 의원이 연일 거친 설전을 주고 받으며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9일 이 대표가 또 다시 포문을 열고 정 의원 직격에 나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새벽 페이스북 글을 통해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하고.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총질이고”라며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하나”라고 반발했다.


특히 “당 대표를 몰아내자고 대선 때 방에서 기자들 들으라고 소리친 분을 꾹 참고 우대해 공천관리위원장까지 맡기고 공관위원 전원 구성권까지 드렸으면 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는 다한 것 아니냐”며 지난 지방선거 때 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 의원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전날 YTN 인터뷰에서도 '육모방망이'와 닮은‘불라바’ 사진의 페이스북 게시와 관련해 "당연히 (정 의원을) 겨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이 방송 인터뷰와 페이스북 게시물 등을 통해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 “상습적 적반하장” 등의 거친 언사로 서로를 공격한 이후다.


실제 앞서 정 의원은 최재형 혁신위원장, 천하람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 "이 대표와 아주 가까운 분들인 것 같다"며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라며 작심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 "선배 정치인이 당 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한가. 그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지방선거 당시 충남 비례대표 관련 공천 청탁 비사를 공개하면서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을 압박하고 나선 데 대해 반응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이 대표가 언급한 충남 공천 건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이 대표는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나"라고 직격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재차 반박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 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 분 저격하셨나"라며 "대표, 최고위원, 최 의원까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래 놓고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냐' 이렇게 적반하장 하는 게 상습적 패턴이라 이제 익숙해지려고도 하지만 1년 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공천의 총 책임자이셨던 분이 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아하다"며 "그리고 공천 관련해서 혁신위와 아무 관계 없는 조강특위 내용을 끌어들이신 분이 누구인가"라고 정 의원 저격을 이어갔다.


둘 사이의 갈등은 앞서 정 의원이 지난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혁신위 구상을 공개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 대표가 공천 등 정당 개혁을 논의하겠다는 명분으로 ‘혁신위원회’를 독자 추진하자 "당내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는 당내 주류 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불씨가 커졌다.


이 대표가 '혁신안'을 방패삼아 사실상 2024년 총선 공천권 강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혁신위를 저를 포함한 최고위원회 멤버들이 한 명씩 추천하기로 했고, 저는 위원장으로 최재형 의원, 김용태 최고위원은 천하람 위원을 추천한 것"이라며 "외부에 공개된 또 다른 위원인 정희용 의원은 다른 최고위원이 추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제가 최 의원을 추천한 것 외에 정 의원께서 전원 선임하셨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누구를 추천하고 선임해도 혁신위를 흔들 것 같아 애초에 제가 제안할 때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추천하자고 한 것"이라며 "이 정도로 해도 태클 걸 거면 도대체 뭘 어떻게 선임해야 하나. 모든 인선을 정 의원께 맡겨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무엇이 두려운지 모르지만 공관위에도 자기 사람을 안 넣은 이준석이 갑자기 혁신위를 장악하려고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자체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여권 일각에서는 다음 총선 공천권을 놓고 국민의힘 다수인 친윤과 비주류 간 세력 갈등이 비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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