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순식간"··· 누군가 넘어지면서 참사 시작

좁은 골목에 군중 과다밀집
인파 몰리면서 극심한 혼란
심정지 환자 등 300명 발생

홍덕표

hongdp@siminilbo.co.kr | 2022-10-30 14:52:47

[시민일보 = 홍덕표 기자]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와 관련해 좁은 골목과 수많은 인원 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핼러윈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가파르고 좁은 골목에 몰리면서 순식간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고 경위 등을 속단할 수는 없다.

참사 발생 장소는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로 이어지는 좁은 내리막길로 이뤄진 골목이다.

골목의 길이는 45m, 폭은 4m 내외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고, 넓이로 계산할 경우 55평 정도다.

무엇보다 번화가와 대로변이 연결된 골목이기 때문에 위쪽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겹쳐 밀집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길의 한쪽은 해밀톤호텔의 외벽이기에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 한때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하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이 골목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사람이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졌고, 인파에 휩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이 골목길을 오르내렸다는 경험담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장에 있었으나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공통으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고, 대부분은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나 결정적 계기를 특정하기보다는 그저 "순식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사건이 발생 후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아래에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고 했으나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면서 꽉 끼인 탓에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소방서와 사고현장은 100m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인파를 뚫고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정지,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에 가까운 심정지 및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구급 대원들은 1대1로 진행하는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인원 부족으로 인해 시민들이 이를 도왔다.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았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사고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다.

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 최초 사고 경위가 불명확한 만큼 신고자나 목격자, 주변 업소 관계자의 진술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사고의 발단이 무엇인지 파악할 계획이며,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사고 예방 조치를 충실히 했는지도 따질 예정이다.

한편 일대 업소에서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사탕이 돌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경찰은 참사와 관련한 마약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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