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명계, 일단 ‘李에 힘 싣기’로 가닥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 2023-03-08 14:55:50

더미래-민주당의길, “대안 없어 사퇴 요구 안 한다”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길'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당장 이재명 대표에게 공개 사퇴 요구를 않기로 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니 일단은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은 8일 "지금은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중요한 때"라며 “어제(7일) 진행된 만찬 모임에서 이 대표의 사퇴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의 길'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정례 회의와 토론회를 연달아 취소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이 점차 격화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전당대회 이후 비명계가 구성한 '반성과 혁신' 모임의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김종민·이원욱 의원 등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미래 역시 현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거취 논란은 소모적이고 당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이 대표에게 힘을 싣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더미래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베트남에서 2박3일 워크숍을 열고 정치 현안과 관련해 난상 토론을 벌였다. 워크숍에 참석한 의원 20여 명은 체포동의안 표결 후 불거진 당 내홍 수습 방안,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내년 총선 전략 등에 대해 하루 4~5시간씩 토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미래는 현직 의원 약 50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정책 의견·정치 행동 모임이다.


이 워크숍에서 더미래는 최근 당내 갈등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체제 유지'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토론 과정에서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재명 방탄' 논란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당 대표 중심으로 민생 현안을 강조하는 식으로 국면을 이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물러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거취를 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에는 다들 동의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명계의 움직임은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예상치 못한 이탈표가 나온 후 친명계 의원들이 연일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더라도 결국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이상 사법 리스크를 불식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이 대표는 사퇴할 뜻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등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실익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적인 검찰의 이 대표 기소, 혹은 추가 구속영장 청구 등이 나오면 비명계도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퇴진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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